어제는 세가지의 물건이 배달되었다.
남편의 오랜지기가 보낸 연하우편과
딸내미 회사 상사분이 보낸 멸치상자와
생각하면 웃음나오는 배가 배달되었다.
그런데 세 가지 모두 엉터리 주소였다.
연하우편은 번지수가 틀리고
멸치상자는 아예 집 동호수가 없고
마지막 배는 정확한 주소가 있음에도 우리집으로 왔다.
연하우편은 번지수는 틀렸지만 아파트명과 동호수를 보고 찾아온 것 같고
멸치상자는 딸에게 확인전화를 한 후에 배달된 것이고
배는,,,다른 동호에 가야 될 물건이었다.
보낸이와 받는이가 같은 이름 같은 전화번호였다.
배달박스에 커다랗게 적힌 우리집 동호수만 보고 덥썩 받았던 배 상자가
몇 동 건너편에 같은 다른 동 같은 호의 집이었다.
전화를 했더니 직접 찾으러 왔고
결국 배는 한 단계를 더 거쳐 주인을 찾은 셈이다.
9년전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새 집으로 배달된 우편물을 집배원 아저씨로부터 직접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몇 번 얼굴을 익혔다고 길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라기보다 아저씨가 먼저 웃어 주었다.
키가 자그마하고 아주 다부지게 생긴 아저씨는
그 큰 우편가방을 어깨에 맸지만
걸음은 맨몸일세라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었다.
우편물이 종이라서 그 무게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오토바이도 없이 사철을 걸어서 다니시던 아저씨였다.
아직은 서먹한 인사를 나눌 즈음 어느 날,
외출 길에 배달을 오시는 아저씨를 만났다.
"아~000호 000씨댁에 우편물 있습니다."
"네~??"
아저씨는 그 사이에 우리집 동호수와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우리집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 얼굴과 이름 집주소를 꿰고 계신다는 것을
오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기억을 하다보니 번지수 동호수 하나 어긋나도
되돌아가거나 헤매는 일없이 정확하게 배달이 되는 것이다.
틀린 주소는 아저씨가 직접 고쳐써서 우편함에 꽂아 놓고 가시던 아저씨.
운동화 뒤축이 무너지도록 힘찬 걸음으로 우편물을 전해주시던 아저씨가
두 해전에 정년을 하셨다.
칭찬릴레이가 이어진다면 그 아저씨를 추천하고 싶었다.
아저씨가 가시고 젊은 집배원이 오시면서
부정확한 주소로 애로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긴 썩 받고 싶은 우편물이 별로 없는 요즘이다.
각종 고지서이거나 무분별한 광고물까지 우편함은 넘쳐나건만
정작 설레임 대신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슬픈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편물은 날로 늘어가고 집배원의 가방은 더 무거워지고 있단다.
그 분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주소가 절실하겠다.
우리집만 해도 하루에 3건이 정확치 못한 주소로 확인을 거쳐야 했으니
나부터 우편물을 보낼 때 주소확인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