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구 관내 주민을 대상으로 골다공증 검사를 해준대서 접수를 해놨더니 12월 5일이라고 연락이 왔다. 오늘이 12월 5일. 오후 2시 시간 맞춰 오라는 친절한 안내를 받은 오늘 아침. 아침 기온이 영하 7도라고 한다. 한겨울이면 몇 번이고 만나야 되는 날씨긴 하지만 갑작스레 추운데다 바람까지 장난이 아니니 말그대로 강추위다. 실실 게으름도 날만하건만, 공짜라 하면 총알도 큰 것 맞고 양잿물도 사발로 마신다는 심리 발동 가보자 집을 나섰다. 나이 오십줄 넘어가면 골량이 급속히 줄어든다는 말은 들은게 있어서 언제 검사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던 차에 기회는 좋은데 날씨가 영~심통을 부린다. 정해진 시간보다 미리 온 사람이 많았다. 뒷자리에 앉아 앞사람 머리를 보니 모두 비슷비슷하다. 모자달린 잠바도 그렇고 파마머리도 그렇고... 순서대로 검사를 하는데 나는 그중에서 젊은이였다. 40년대 출생자가 대부분이고 50년대 출생자는 서넛 될까? 다행히 골밀도는 정상으로 나와서 찬바람 맞으며 나선 보상이 되었다. 수치가 모자란 사람은 정밀검사를 받기 위한 시간을 따로 정하고 돌아들 가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결과 잘 나왔냐며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묻는다. 뼈가 약해져서 약을 먹다 괜찮다 싶어 끊은 탓인지 척추검사를 다시 해봐야 된다고 하더라며 코를 훌쩍 거리신다. 마침 가는 방향이 같은지 같은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 앞 부동산사무실에서 내놓은 점심 그릇을 덮어놓은 신문지 귀퉁이가 날아가고 없다. 먹다 남은 김치찌게 뚝배기에 낡은나뭇잎 하나가 들어가 앉아 있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그냥 지나친다. 이런~정류장이 20미터 전방이란다. 젠장~날씨도 추운데 엉뚱한 데서 떨고 있었다.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어 헷갈렸다. 10여분 뒤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시장에 들렀다 갈까 싶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어제 끓인 아욱국에 김장김치 하나 풀지 뭐. 가는 길에 혹시 생선차가 있으면 고등어나 두어마리 사서 묵은지 넣고 조릴까? 골다공증에 등푸른 생선이 좋다는 교육도 받았잖아? 생선차 덮개가 얌전하게 덮혀있고 아저씨는 보이지 않는다. 슈퍼 아줌마가 나를 보고 앞집 정육점으로 눈짓을 한다. 정육점 전기요에 앉아서 두 손으로 가위표를 그려보이는 생선 아저씨. 장사를 안하겠다는 것인지 다 팔았다는 표시인지 알았다는 시늉으로 고개를 까딱이고 팔랑팔랑 뛰는 나뭇잎을 쫓아 짙은 입김을 날리며 나도 뛰었다. 딸기코를 하고, 한바탕 끄댕이 잡고 흔들다 온 사람 모양을 한 머리가 오늘 날씨를 대변한다. 아! 날씨 한 번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