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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앙쥐 소동


BY 모퉁이 2005-04-29

   
  작가 :모퉁이

지은지 15년이 된 작고 아담한 연립에

둥지를 튼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옆집 윗집 합해서 같은 동에 24가구가 다닥닥 붙어 산다.

보통 한 집에 식구가 4명은 되니 합해서 모두 몇명이여.

제법되네.

 

그런데..거기다가 얼마전부터 새로운 식구가 입주를 했다.

밤만 되면 우리집 천정이 우둥탕 거리는 것이다.

위층에서 소음을 내면 벌금을 물리게 될지도 모르는

이웃간의 소음소송이 문제되고 있는 판에

그 문제의 소음발생이 바로 우리집 천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쥐들의 행진소리인가.

가끔은 운동회를 하는지 뛰고 난리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듣는 쥐 달리기 소리에 몸살 하듯 어깨를 떤다.

예전에 주택에 살때는 가끔 하수구 구멍으로 쥐가 드나들어

연탄집게를 협박용 무기로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근간에 들어 이런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요즘에도 천정에 쥐가 있다니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일이다.

쥐소리가 날 때마다 애궂은 천정은 구두주걱으로 두들겨 맞는다.

관리실에 신고를 해봐도 별 소용이 없다.

쥐구멍을 못 찾겠다는 것이다.

방법이 없다는 무성의한 대답만 한다.

 

주방과 붙은 베란다에는 잡동사니가 많다.

부엌에 두기 마땅치 않는 물건들과 큰 그릇들은 그곳에 쌓아둔다.

어제 저녁을 먹고 난 뒤 쓰레기 정리를 하고 아침 쌀을 담가두려고

베란다에 있는 쌀통 근처에 갔다가 어디서 부스럭 대는 낌새를 받았다.

순간 그넘의 새앙쥐 생각이 퍼뜩 스쳐서 소름이 쫙 돋았다.

얼른 쌀만 퍼오고 평소에 열어두는 쪽문을 야무지게 꼭 닫았다.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해도 남자는 보던 신문만 쳐다보고 대답이 없다.

설마하니 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것이었다.

 

오늘 아침,어제 부스럭 대는 소리는 잊어버리고

베란다 쪽문을 여는데 옴마야~앵글 선반 위에 애기 조막만한 뭐시

움직이다 사라지는 것이었다.

머리끝이 쭈삣 서는 짜릿함이 전기 맞은 사람처럼 뻣뻣해졌다.

세수하는 남자를 불러놓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저기저기'만 해댔다.

'어데어데'하며 남자가 베란다로 들어가서 물건들을 뒤적거리자

어디선가 나타난 놈은 꿈에 볼까 징그러운 그 새앙쥐 놈이었다.

 

치솔질을 하던 남자가 아침부터 새앙쥐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잡동사니들을 이리저리 옮겨 보았지만

그야말로 쥐새끼같이 어디 숨었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쥐구멍이 있는건지 아님 상주하고 있었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나도 움찔하고 비니루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나도

흠칫해서 베란다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았다.

대충 쌀항아리와 라면봉지같은 것은 옮겨놓고

쪽문을 야무지게 닫아놓고 새앙쥐를 쥐구멍으로 쫒아내던지

왕래를 막아 굶겨 죽이던지 해야 될 판이다.

 

쥐새끼는 잡지도 못하고 출근시간은 임박하고

나가면서 쥐잡는 끈끈이를 사놓으라고 했다.

철물점에 있을거라 하길래 갔더니 약국으로 가란다.

쥐가 크냐고 묻는다.모르겠다고 했다.

종이 끈끈이가 있고 플라스틱 끈끈이가 있단다.

아무래도 플라스틱이 무거우니 쥐꼬리 붙은채로 도망을 못 갈것 같아서

플라스틱 끈끈이를 사왔다.

 

그런데 이제 끈끈이를 베란다 구석 어디쯤에 갖다 놔야 하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자꾸 신경이 거슬려서 안되겠다.

쥐는 대부분 구석에서 벽쪽으로 다니니 거기를 공략하라는데

도저히 그 구석으로 끈끈이를 갖다 놓을 자신이 없는 것이다.

어디선가 나타나면, 아이구~생각만 해도 소롬이 돋아서

흠흠 헛기침을 몇번 하고 똑똑 노크를 하고 문 연다는 신호를 보낸후에

삐꿈히 문을 열고 플라스틱 끈끈이를 소시적에 핀치기 하던 실력을 발휘하여

바닥에 놓고 슬쩍 밀어 보냈다.

앗~목표점을 못 미쳐 멈추어 버렸다.

더 밀어 넣어야 되는데..좀 더 깊숙히 넣어야 되는데...

하나는 선반 쪽에 놓아야 겠다는 마음만 있고 몸은 밖에서 돌돌 떨었다.

끈끈이 두 개를 바닥에 나란히 던졌지만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적당한 자리에 놓기도 쉽지 않아 그대로 둔 채

이 넘의 쥐새끼가 털썩 들러 붙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들러 붙었다면 찍찍 소리가 나겠지.

그런데 지금 미리 붙어 버려도 걱정이다.

내가 갖다 치울 용기도 없고 남편 퇴근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아..정말 고민된다.

 

온 동네 쥐잡기 하던 날이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나눠준 쥐약을 놓아 쥐 토벌작전을 벌이던 시절.

생각만 해도 근질근질 하구만

지금이 어느땐데 때 아닌 쥐 소탕 소동이 벌리게 되다니

참 세상에 별 일이 다 있다.

요즘 고양이는 뭐 먹고 사나 모르겠네.

하긴 동네 쓰레기장에서 만난 고양이는 살이 디룩디룩 쪄서 도망도 못 가더만.

가만 있어도 먹을 양식 많은데 날쌘 쥐 잡으로 뛰어 다닐 이유도 없긴 하겠다.

 

괜히 욕 나오네.

에라이 쥐새끼 같은 놈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