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남편의 출근시간.
옆집 남자도 나왔다.
달그락~
살며시 조용히 현관 문을 잠그고 나간다.
아홉시가 좀 지나면 어린이 집 차가 속속 들어온다.
잠시 헤어짐이 무척 아쉬운 듯
엄마는 차창 밖에서 아이는 차창 안에서
손을 잡고 손을 흔들고 차가 떠날 때까지
자동차 뒤꽁무니를 쳐다보고 서 있는다.
유치원 차가 떠나고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한 집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현관 입구에 서서 어제 저녁이야기들을 나누고 서 있다.
헝클린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
헐렁한 츄리닝에 맨발의 여자
외출할 준비를 완벽하게 한 듯이 반듯한 여자
차림새도 여러가지다.
오후 3시 쯤 병아리 차가 들어오면
몇십년 만에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이
부등켜 안고 비비고 어쩔줄을 모른다.
참 대단한 모정이다.
아이들 키울때가 여자들은 가장 피곤하고 힘든다.
그 중에서 큰 아이 걷고 작은 아이 업어야 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칭얼대는 아이 손 잡고 버둥대는 아이 업고
거기다 빈 손이기나 하건디..한 손엔 아이 손,다른 한 손엔 기저귀 가방
아무리 반듯한 몸을 유지할려고 해도 헝클어 지기 일쑤였다.
택시라도 타면 될 것을 아등바등 버스에 올라타고
자리 하나 양보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해도 불평없이 버스 좌석 손잡이를 꼭 쥐고 있으라고 일러주면
손에 땀이 나도록 잡고 있던 아이.
그래도 엄마나 아이나 당연한 듯 여기며 키운 아이가 이제 스물이 넘었으니
세월이 한참 지나긴 지났으니 요즘 세대와 비교하면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
이야기 쯤으로 치부할 터라 쉽게 꺼낼 말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째 요즘 내가 보는 어떤 집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출근 시간에 옆집 남자가 매번 조용히 문을 잠그고 나가는 것을 본다.
처음엔 여자가 집에 없는 줄 알았다.
남자가 나가고 한 시간여 지나면 유치원 차가 들어오는데
그 시간이면 예쁘게 치장을 시킨 여섯살 짜리 딸을 유치원 차에
실어 보내려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잠시 후면 몇명이 모여서 커피타임을 갖는지
하하호호 웃음 소리가 문 밖으로 튀어 나온다.
택배요~소리가 하루에도 몇번씩 난다.
어떤날은 여자가 없어서 내가 대신 받아 두었다가 전해준다.
기저귀를 사고 사은품으로 그네를 받았는지
본품인 기저귀보다 사은품 부피가 더 큰 것을 받아두기도 했다.
요즘은 배달 사업이 활성화 되어서
굳이 다리품 팔지 않아도 집까지 배달되고
교환에 반품가능한 세상이니 그야말로 편한 세상이다.
수시로 배달 시켜 먹은 음식 그릇이 밖에 나와 있는데
심지어 된장찌개까지 시켜 먹는다는 말에 하품이 나오려 했다.
요즘은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통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쓰레기 장에서도 남자들을 수시로 만난다.
분리 수거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까지 내다 버리러 오는 남자들
대부분 젊은 남자들이다.
어색하거나 불평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요즘 남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스스럼없이 한다.
그러지 못하는 집 여자들은 남자를 볶는다.
누구네는 뭐도 해주고 뭐도 해주는데 당신은 뭐하나 하는게 있냐고..
아이 키우느라 힘든 마나님을 깨우기 안스러워
아침을 굶고 출근하는 남자.
남편 굶겨 보내고 늦잠에서 일어나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기저귀까지 챙겨 넣어서
어린이 집에 맡겨놓고 소위 유아교육을 시키고
온갖 식품은 배달의 기수에게 맡기고
남는 시간은 뭐에 쓰는지 내가 그가 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형이하학적으로 사는 나는 아무래도 그들과는 불협화음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들만의 이유와 항변이 있을테니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 하나
내 정서에는 그래도 아내와 남편만의 역할은 있지 않을까도 싶다.
아내는 최소한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밥 정도는 해줘야 되고
남편은 아내가 해주는 아침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내 작은 목소리이다.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