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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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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이야기


BY 모퉁이 2005-04-11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 입구역에 내리면 국민은행이 있다.
그 앞에는 아침 10시 반 쯤이면 영업을 시작하는 작은 리어카가 있다.
호떡을 굽는 리어카인데 사장 할머니의 걸죽한 부산 사투리가 정겹다.
계절이 바뀌면 찐옥수수나 통감자를 굽기도 하는데
호떡장사가 제일 재밌다고 하신다.

지금은 버스 중앙차로제로 바뀌면서 정류장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할머니 앞에 자주 서 있지는 못하지만
예전엔 할머니 리어카 앞이 버스 정류장이라 할머니를 훔쳐 볼 때가 있다.

짙은 눈썹 문신색깔로 봐서 오래전에 한 시술같다.시푸리딩딩하다.
붉은색 연지를 바르고 파마를 단정하게 빗은 할머니는 무슨
시름이 많은지 가끔 깊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기도 하신다.

혼자서는 식당문도 못 여는 숙맥이라
아무리 출출해도 혼자서는 그 맛있는 호떡을 하나 사먹지 못한다.
버스를 기다리다 천 원 한 장 내고 호떡 두개를 담은 봉지를 들고는
막 떠나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부리나케 길을 건넌 적은 있다.

어제,딸랭구가 헐레벌떡 숨차게 들어왔다.
가슴팍에서 부시럭 대며 뭘 하나 내놓는다.
호떡 두 개를 사왔다.
내가 사왔을 때도 그랬지만 통통하던 호떡이 그 사이에
쭈그랑탱이가 되어 있었다.
식으니 약간 질기다.그러나 설탕물은 여전히 달다.

은행 현금출금기에서 돈을 몇 푼 뽑고는
급하게 호떡을 사서 버스를 타고 오다 생각하니
은행 기계위에 학원 교재가 든 화일을 두고 왔더란다.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먼지..경험한 사람은 알테다.

돈 되는 물건으로 안 보였는지 다행이 그 자리 그대로 있었고
그걸 갖고 되오는 시간이 한 시간여였으니
그 사이 호떡은 식고 눌리우고 그야말로 쪼그랑방탱이가 되었다.

예전에 울 엄마도 풀빵 한 봉지 사면 가슴에 묻고 왔었고
나도 호떡을 사면 식을세라 움켜쥐고 오는데
딸랭구도 어느새 그 모양새를 닮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그 할머니 리어카 앞을 지날 계획(?)이 있다.
호떡은 사지 않아도 이제 눈인사는 나눈다.

[아이고~머해서 묵고 살아야 되겄노.휴~~]
하면서 길게 내뿜던 한숨을 담배 연기 속에 숨기던 할머니의
지난 여름 모습이 네모난 사각틀에 사진처럼 박혀 있다.


 

2005-01-27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