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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숨결이 바람될 때


BY 김정인 2022-09-14

서른 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2년의 삶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몸이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하면서 죽음에 대하여 관심이 생기는 터라 독서동아리에서 추천을 받았을 때 반가웠다. 기대한 것보다는 죽음에 대한 사색은 깊지 않았으나 죽음의 고통 앞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던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였다.
 나는 죽음의 선고를 받었을 때 하던 일을 다 치우고 산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하던 장소에서 계속 하던 일을 할 것인가? 상상해 보았다. 이 의사는 레지던트 7년차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병이 깊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하던 일을 마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게 더 자신의 죽음을 앞당길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할 거창한 일도 능력도 없는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의 있던 곳, 하던 일을 다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다. 아마 그것이 자신이라고 믿었던 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체성...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것을 좋아하고 이런 이유로 이런 직업을 선택했고 그래서 이런 일을 이 장소에서 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고 이런 음식을 먹고 이런 옷을 입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라는 것을 말해주는 정체성의 일부이기에 이런 것이 송두리채 변하게 하는 병이 올 때, 그 고통이라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추구하던 것이라면 몰라도 이것은 준비도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덥석 주어진 새로운 정체성이므로 매우 충격적이고 낯설다.
 
 이 의사의 주치의는 계속 이 환자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찾아내어야 해요' 라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삶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때에도 여전히 살아있으므로. 신이 갑자기 우리에게 폭탄처럼 내려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생동감있게 살아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