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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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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에 내가 나올까?


BY 모퉁이 2005-04-11

띠리링~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기 너머의 남편 목소리가

저녁 스케쥴이 어찌되냐 한다.

연말이긴 하나 나 혼자 꼬인 스케쥴이 없다는거 알면서

묻는 게 못마땅해서 퉁명스레 어디 스케쥴 좀 생기게 해보라 했더니

그렇다면 저녁에 가요무대 방청을 갈려나 묻는다.

 

어디서 가요무대 방청권 석 장을 얻었으니

같이 갈 아줌마 둘 급구해서 구경가란다.

마치 멋진 디너쇼 티켓을 구해다 주는 사람처럼 목소리도 크다.

대학로에서 양희은 콘서트 한다던데 그런 티켓이나

얻어 주지 무슨 가요무대 방청권이냐면서

지금 내가 가요무대 갈 주민번호냐고 해놓고도

산에 같이 다니는 동네 아줌마한테 전화를 걸어보는 나도 참..ㅎ

 

두 사람 다 생각해보마고 하더니

이내 같이 가보자고 대답이 왔다.

하여 세 여자 저녁 일찍 챙겨먹고

지난주 월요일 저녁 일곱시에 가요무대 녹화방송 구경을 갔다.

우리네 부모님 뻘 되시는 연세의 어른들이 주 방청객이었는데

그 중에는 어른들 모시고 온 젊은 사람도 더러 눈에 띄었다.

 

티비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어서

요즘 뜨는 드라마 내용도 모르고 가요 프로를 보지 않아서

신세대 노래는 아주 젬병이다.

그런데 가요무대는 거의가 옛노래들로 엮어지는 시간같았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유일한 가요프로가 아닌가 싶은데

마침 이 날은 아주 옛날 노래가 아닌 사십대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들로 꾸며져서 오히려 어르신들이 더 지루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드라마도 그렇다지만 가요 프로도 녹화는 참 싱겁다.

조항조씨와 현철 아저씨의 듀엣곡 '낭만에 대하여'만

중간에 실수를 하여서 다시 촬영하는 헤프닝만 빼면

한번도 실수없이 모두 자기 노래 부르고 들어가는

밋밋한 시간이기도 하였지만  박수도 치고 아는 노래는 따라 하고

그러는 동안 한 시간여 훌쩍 지나갔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콘서트처럼 흥분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어서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지금 내 생각이고 나이 더 들어 더 어른이 되면

이번의 내 경험이 이야기꺼리가 되어 추억하는 날이 될련지...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지만

오늘은 지난주 녹화분이 방송되는 가요무대를

티비 가까이서 봐야겠다.

흐흣~

열심히 박수치고 아는 노래 따라 불렀는데

혹시 텔레비젼에 내가 나올까?

 

 

 

 

 

 

 

 

 

 

2004-12-1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