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 시작한지 햇수로 5년 차. 어찌살꼬 싶었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살다보니 살아지고 사람들도 사귀고 그럭저럭 정 붙여가며 몇 해를 부대꼈다. 어찌어찌 수소문이 되어서 연결된 초등학교 동창들. 작은 도시라 중학교 고등학교까진 거의 같이 다녔던 아이(?)들을 마흔다섯 테옆을 감고서야 만났던 작년 봄. 그러면서 시작된 우리들의 한 달 주기 만남은 훌쩍 한 해를 넘기고 또 다시 맞은 봄날도 가고 여름이 꾸역꾸역 찾아들었네. 6월 어느 일요일, 같은 연도 졸업생들의 체육대회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고3짜리 딸녀니는 수능모의고사가 엉망이라고 징징대고 갈수록 머리숱이 줄어드는 남자는 피곤한지 오지 않은 딸녀니 기다리는 고개가 자꾸 앞으로 엎어졌다 들어졌다 하고 있었다. 방에 가서 자라고 해도 딸만 키우는 애비라 그런지 걱정이 유난하다. 그런 자리 박차고 내 하루 즐겁겠다고 그것도 말많은 초등학교 동창 체육대회에 가겠다고 아직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남자가 아침에 못다 읽은 신문을 펼치고 앉았길래 넌지시 동창체육대회 소식지가 왔다고 일렀더니 일언반구 대답도 없이 별 내용도 없는 신문만 모르는 시험문제 쳐다보듯 골똘히 보고 있었다. 저 행동은 반대색깔 짙은 압력 내지 지시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20년 살 부대끼며 살아 오면서 터득한 그 사람의 자세라는 것을 알기에 재미도 없는 티비 앞에 바짝 다가가 앉아보지만 신문 보는 남자나 티비 보는 여자나 둘 다 아무말이 없다. 두 번 다시 체육대회 말은 꺼내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은 고속철 타는 기회라면서 어쩌구저쩌구.. 좌석 예약을 해야되니 몇일 까지 연락 달라고 전화가 오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고3짜리 딸녀니를 팔아야 되겠다. 겉으로는 고3짜리 딸을 핑계삼지만 속으로는 고속철 왕복 차비에 이럭저럭 깨어질 나들이 비용이 계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혼이란 것을 하고 난 뒤에는 집안의 대소사도 챙겨야 되는 어른인데도 엄마는 엄마 선에서 해결하고 내게는 연락도 하지 않은 집안일이 많았다. 그런 것에는 인색하게 보이면서 뭐 그리 대단한 초등학교 체육대회라고 룰루랄라 다니러 와서는 엄마 옆에 하룻밤도 못 자고 친구들끼리 밤샘하며 웃고 즐거울 생각을 하니 그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러다 또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그 정도의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마음 속의 반란과 갈등을 혼자 삭히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혼자 내린 결정을 이제 친구들에게 알려야겠다. 이런 나를 이해 못 할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런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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