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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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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녀니의 아르바이트


BY 모퉁이 2005-04-11

대학을 가면 뭐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딸아이.

제일 먼저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하게 되면

돈을 벌어 궁한 용돈이 윤택해 질 줄 알았던 모양인데....

 

신입생 1학기 끝나자 마자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관계로 호프집에 가도 신분증 제시해야되고

극장에 가면 할인혜택을 받기도 하는 아이가 고기집에서 서빙을 한다 했다.

 

누구네 딸은 집에서 고상하게 과외를 한다는데

누구네 딸은 고깃집에서 물걸레 들고, 먹다 흘린 상을 닦고

고기 잘라 주는 일을 한다하니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만만한 것이 아니니 여러사람 부대껴보면서

나름대로 사는 방법도 배우고 여러유형의 사람들을 보면서

지켜야 할 에티켓 정도라도 익힌다면 1학기 알바 성공이라 여기려 했다.

 

몇일을 견딜까 했는데 한달을 채우고 월급을 타던 날.

직장은 아니었지만 지 손으로 처음으로 돈이란 것을 벌었다는 것에

대단한 희열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흔히 첫월급 타면 엄마 내복을 사다준다고 했다.

내복은 커녕 팬티 하나 사오지 않았다.

봉지만 불룩한 과자 두 봉지를 사오더니 엄마 좋아하는 고구마깡이라 했다.

지지배 지독하네.

 

휴대폰이 덜렁덜렁 한다고 내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 모양이냐는 둥

무슨 지지배가 물건을 그 모양으로 쓰냐는 둥

소리만 지를줄 알았지 같이 고민(?)해 주지 않았다.

 

서운했던지 이를 악물고 다짐한듯

아르바이트 열심히 하더니 휴대폰 바꾸었다.

물론 지 노력해서 번 돈으로 샀으니 뭐라 하면 할 말 없겠다 하지만

그것이 꼭 그렇게 번 돈으로 사야될 물건인지에 대해서는 할 말 있다.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겉이 상했다고 해서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몇십만원 하는 물건을 선뜻 사는 것에는

내 고집이 용납 안된다.실랭이 했다.

 

엄마가 보는것과 달리 기능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최신형 카메라폰 구입하여 엄마 얼굴 찍어서 엄마 핸폰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크~좋긴 좋구만.

그래도 어쩐지 그 휴대폰만 보면 딸래미의 피로가 묻어있는 것  같아서

차라리 내가 하나 사줄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이번달 월급을 타면 엄마 지갑을 하나 사주겠다고 한다.

모델을 봐 놓으라고 한다.

빨간 지갑이 돈 들어오는 지갑이라며 거무티티한 색에서 탈피하라고 귀뜸도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지갑도 몇 년 전에 두 딸의 출자금으로 산 지갑이다.

오래되다 보니 낡기도 했지만 똑딱이 부분이 헐거워져서 입이 벌어진다.

엄마 지갑에는 잡동품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어디 내 놓으면 다시 들어가야 될 것들만 있다.

 

수업마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오면 12시가 된다.

고깃집보다 힘들거나 어렵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지만

스무살 나이가 내가 보긴 아직도 어려보인다.

 

오늘은 비까지 추적거린다.

돌아올 쯤이면 비가 그쳤으면 좋으련만..

아니,, 계속 비가 내리면 우산들고 마중가서 오뎅이나 하나 먹고 올까...?

 

 

 

2003-11-12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