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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꽃물


BY 모퉁이 2005-04-11

집앞 화단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의 숙제물로  심겨진

두어그루의 봉숭아가 피긴 피었습니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곳에서 자란 봉숭아는 가지도 잎사귀도

흐믈건하여서 금방 시들것 처럼 가녀립니다.

 

가끔 가는 산 입구 매표소 옆에 봉숭아가 활짝 피었습디다.

진분홍과 다홍의 꽃망울이 무겁게 매달려있었습니다.

 

어릴 적 장독대 옆은 화단도 아닌데 꽃이 많이 피었었습니다.

봉숭아도 피었고,키작은 채송화도 피었고,닭벼슬을 닮은 꽃 맨드라미도 피었고,

붓꽃도 피었었지요.

 

대청마루 끝에 앉아 두 다리를 달랑거리며 손을 엄마 무릎에 올려놓고는

칭칭 감은 실끝에서 아야~엄살 보태가며 한나절을 자고나면

내 손엔 붉으스름한 봉숭아물이 들여져 있었지요.

 

엊그제 봉숭아 꽃잎과 잎사귀 몇장 뜯어다가 손톱에 물 들였습니다.

뭐가 부족했는지 손톱색은 호박꽃색 물이 들었네요.

나는 아무래도 김칫국물처럼 보입니다.

 

요즘은 문방구에서도 봉숭아물을 팔아서, 사다가 메니큐어처럼

두어번 덧바르면 된다고 하네요.

참 좋은 세상이긴 하지만 예전의 정서가 사라지는것 같아

아쉬움이 더합니다.

 

봉숭아꽃물 들였나요?

 

2003-08-17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