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어느날이었는데 두어집 건너에 사는 친구가 나무를 하러가잔다. 나무를 하러 가 본 적이 없는 나는 머뭇거렸었고 그런 나를 낚아채듯 손을 끌고 데려가는데 손에 쥔 것은 갈구리 한개와 새끼 두줄.
익숙한 솜씨로 친구는 갈구리로 소나무잎(일명 갈비)을 긁어 모았고, 그것을 소나무 가지 두어개로 받침목을 만들어 새끼줄을 놓고는 차곡차곡 긁어모아 둔 갈비를 묶어대는데 조그만 체구에 어디서 그런 용한 행동이 나오는지.. 나는 천방지축으로 떠들면서 재미있어만 하고 있었다.
날쌘 손놀림으로 추위마져 잊고 있던 그녀가 잠시 하던 움직임을 멈추고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어디를 쳐다본다. 그 눈길따라 나도 움직였는데 허~걱~~!! [산불조심]이란 완장을 찬 아저씨가 가까이 와서 무섭게 쳐다보는 것이다. 이런~클났다..우짜면 좋으노..
그날 우리는 학교와 학년 반 이름을 수첩에 적히고 애써 모아둔 갈비뭉치도 버려둔 채 산을 내려와야 했었는데 두고 온 갈비덩어리도 아까웠지만 수첩에 적힌 내 이름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몇일 뒤 소집일이라 학교에 갔었는데 교실에는 담임대신에 지도부 주임선생님이 들어오시는 것이다. 헉~올 것이 왔구나.이제 나는 꼼짝없이 학생부에 줄 하나 긋게 생긴 줄 알고 온 몸을 조아리며 떨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출근을 못 하셨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지도부 선생님은 교실을 나가셨고 반장이 대신 알림사항을 전해주었다.
휴~~ 빨간완장 아저씨는 괜히 겁만 주고는 몇일을 밥맛 잃게 하였고 그날 이후 나는 나무라고는 해 보지도 못했다.
요즘은 나무를 떼는 아궁이가 없어졌고 저마다 기름보일러에 겨울인지 여름인지 모를 정도로 따뜻하게 지내지만, 지나간 그 겨울은 몹시도 추웠고 그래서 우리는 하지 말아야 될 벌목도 서슴없이 했었던 적이 있었다.
함께가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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