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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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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추억


BY 모퉁이 2005-04-08

도시락을 쌌다.

언제 쓸지 몰라 비닐봉지에 싸매어 놓은 보온도시락을 꺼내어

검정콩 몇 알 넣은 밥을 담고 무짱아지를 담고,굵은멸치 꽈리고추 넣고

졸인 것도 조금 넣고, 하루나를 삶아 끓인 된장국도 조금 넣었다.

뜨거운 보릿물도 작은 보온병에 담았다.

그리곤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북한산은 어느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붉은 단풍이 없어서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몇일 사이 듬성듬성

하늘을 비우고 있었다.

 

약수터 빈 의자에 길게 누워 하늘을 보면 꽉 찬 나뭇잎들로 하늘이 보이지 않았었다.

작은 틈새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꼭 다이아몬드처럼 빛이 났었다.

그 빛 눈이 시려 살그머니 모자를 눌러보던 얼마전이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한잎두잎 색동옷 갈아입고 어느 고운 님을 마중가려는지

바쁜 채비를 하더니,이제는 한겹 걸친 옷마져 벗겨내고 있었다.

 

발아래 수북한 갈잎들은 벌레처럼 꼬물거리며 아사삭 소리를 내며운다.

휑한 산길은 저만치서 오는 그림자도 이제 감추지 못한다.

 

집을 나설때의 복장에서 나도 한겹 벗어 베낭에 걸쳤다.

적당히 땀도 나고 걷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도시락을 비우는 재미는 언제나 즐겁다.식후에 마시는 차 한 잔은  따뜻하고 개운하다.

 

왔던 길 돌아오는 길에는 청솔모가 긴 꼬리를 흔들며 무엇인가를 입에 물고

쏜살같이 달아나 버린다.산비둘기도 후두둑 날아간다.

앗~꿩도 보인다.성급하게 피었던 진달래 두송이가 지지도 못한채

서러움을 하늘에 대고 하소연하듯이 쳐다보고 있다.

모두가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전경이다.

 

앞서가는 나를 뒤에 오던 아우가 부른다.

낙엽과 뒷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애교넣은 목소리를 던진다.

그 소리가 설령 듣기 좋아라 한 말이었을지라도 싫지는 않았다.

 

이제 이 가을의 향연이 낙엽속에 묻히려 한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가 내 뒤를 따라오며 말하는 것 같았다.

'갈색추억 하나 담아가세요~~'

 

그래야지,더 늦기전에 내 마음에 갈색추억 하나 담아놔야지.

 

 

 

2003-11-05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