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주방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서는 딸아이 둘이서 무언가 숙덕공론을 펼치더니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 밥상을 차린다. 작은 케익에는 초만 꽂아도 가득이다.
마흔다섯을 알리는 굵은 초 네 개와 작은 초 다섯 개를 가지런히 꽂아놓고,남들 하는대로 간단한 절차를 마쳤다. 오늘아침,마흔다섯 번 째 생일을 맞았다.
하필이면 어제 남편이 출장 중이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아침에 문자메세지로 보내왔다. '생일 축하해~-00-'
-00-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보통 누구 엄마 누구 아빠로 부르다가 이름을 들으니 픽~우습고 이상하다. 익숙해진 것이 가장 편하다고 하였던가. 이름대신 누구 엄마로 불리운지 20년. 돌아누워도 살결냄새로만으로도 알아보는 사이.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기분과 감정을 읽어내는 사이.
나는 달력에 내 생일을 동그라미 쳐 놓는다. 그것도 빨간색 싸인펜으로다가.. 누구에게 알리기 위한 표시가 아니라 내가 기억하기 위한 표시이다. 우린 특별한 날도 없기도 하지만 특별히 챙기는 타입이 아니다. 서로 그런 날이려니..알아만 주는 것으로 마감한다. 날짜만이라도 기억하며 서로 눈빛교환으로 익숙해진지 오래다.
내 생일이지만 울엄마의 출산날이었기도 하다. 출가시킨 후로는 한 번도 엄마가 내 생일을 기억해 주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건지,정말 모르는건지,아마 사위에 대한 믿음이겠지.
세상사 어느 한 날 생각없이 사는 날이 있으리오만은 오늘같은 날은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의 내 딸이 자라서 엄마가 되었을 때 지를 낳아준 나를 기억하며 전화라도 한통 해 줄까? 그렇다면 나도 엄마한테 전화라도 한 번 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 부터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라 생일이라도 특별한 날이 되어주지 못했었다. 그저 풍습대로 팥넣은 찰밥에 미역국이면 만족해야 했었다. 그나마 추석이 가까이라 돈 들 데도 많고 하니 어영부영 넘어가기도 하였던 천덕꾸러기 같은 세째딸 생일. 이제와서 엄마한테 기억하게 하면 뭐하겠나 싶어 나는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는다.
누구랑 점심이라도 함께 하였으면 좋으련만 객지에 사는 나는 이럴때 불러낼만한 그 흔한 친구하나 곁에 없다. 그나마 간신히 연락닿은 친구라 부르는 사람도 오늘따라 바쁜가보다.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고 '그래, 다음에 보자'로 마무리했다.
오늘도 하늘은 비를 뿌리려는지 밝지 못하다. 나뭇가지 위에 앉은 까치 한 마리 '행복하세요~'하는 듯이 웃고 간다.
모두 행복하세요~~ 제가 드리는 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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