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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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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머리가 허전해지네


BY 모퉁이 2005-04-08

제복을 입은 남자가 멋있어 보였지만 나는 제복입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았었다.

인연은 늘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찮은 것에서

맺어지는 것이었을까.

 

맞선을 보라는 말을 피해 놀러간 친구네 집에서 ,친구의 남편 친구를

처음 보았고,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남자가 바로 그 남자였음은

이것도 운명적인 만남이었을까.

 

두번째 만남은 그렇게 우연히 맞딱뜨린 만남이었다.

그 후로 우리는 만남의 시간이 잦아졌고 지금의 가족사를 이루게 되었다.

우연히 ,,그렇게..제복의 사나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칼날같은 제복에 반듯하게 쓴 모자옆으로는 까만 머리가 삐져나올려고

 애를 쓰고 있었고, 모자를 벗은 머리칼은 뻣뻣하고 굵은 모발이

 덥게 보일 정도로 숱이 많았었다.

 

보기 싫지 않은 몸매와 적당한 키는 대한민국 남성의 표준형에 가깝고

나는 대한민국 표준여성에서 벗어난 키여서 ,어찌보면 내가 더 커 보이는 커플이었다.

 

나보다 성격이 원만하여서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권태기도 없었고,

얼굴붉히며 싸운 기억도 그리 많지 않으니 무던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자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울 수 있으니 몸 건강한 것만으로

만족을 하며 살고 있는 두딸을 둔 마흔다섯의 여자와 마흔여덟의 남자이다.

 

이런 남자가 몇 해 전 부터 한움큼이나 되던 소갈머리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앉아있는 남자의 뒤를 지나가면서 슬쩍 보면 머릿속 색깔이 나타나려한다.

요즘 남자들 탈모에 관심이 많고,추세가 젊은 사람에게도 탈모가 많이 생긴다 하였다.

직장내 스트레스와 환경요인도 한몫을 한다지만 이렇게 남자의 머리숱이

비어들줄 나는 몰랐다.

 

괜찮다,괜찮다며 머리숱 줄어드는 것에 신경도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본인이 괜찮다 하여 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 흰머리가 없어서 나이보다 칠팔세 위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새파랗던 청춘의 굵고 탄력있던 머리카락이

어느날인가부터 가늘고 힘없어지더니,이제는 그것마져 한올한올 빠져나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뒤통수 쪽에 머리카락도 빠지는지 베개에 머리카락이 묻어있다.

건강한 모발도 하루에 평균 100개 정도는 빠진다고 하지만

이러다가 소갈머리에서 뒷꼭지까지 훤해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월의 무게에 짓이겨 어느 한 곳 예전같은 곳이 없음은 익히 알지만

남아있는 잔정에 남은 세월 함께 지고 가려하는데

당신 머리마져 자꾸만 허전해지고 있네.

그래서 자꾸만 당신머리에 내 눈이 꽂히네.

더 이상  허전해지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2003-08-28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