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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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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쥐 이야기 / (6) 가을 속의 이별


BY 최지인 2006-09-04

 

아파트 반상회에 애완용 동물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오고갔지만

집집마다 동의서 받으러 총총거리며 오르내리기를 몇 번,

그런대로 위기를 잘 넘겼었는데..

 

불안해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딸애 때문에

약한 마음에 넌지시 록희의 분양을 시도하다 뒤로 미루고 미뤘던 일이

딸애의 중간고사 시험성적을 이유로 결국은 남편이 폭발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늘 록희만 껴안고 뒹굴고 사진만 찍어대고 컴에 올리고

인터넷 동물 카페에서 살다시피 하더만

성적이랍시고 받아온 것이 점수가 10점이 아니라

평균이 10점이나 뚝 떨어진 것이었다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는 건 본인이나 나나 아빠나..

 

일전에도 이미 약속했던 것이 있었던 지라

더 이상 아이는 매달릴 명분이 없고

그저 말문을 닫고 소리도 없이 울음만 달고 있다

 

이번만큼은 마음을 굳게 먹은 남편이

강아지를 많이 키우는 도련님의 친구분에게 보내기로 결정해 버렸다

 

딸애와 같이 마지막으로 록희 목욕을 시키는데

록희의 등 위로 딸애의 눈물이 똑똑 떨어진다

분위기의 심각함은 동물이 더욱 더 예민하게 감지하는지

풀죽은 록희는 겁먹은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담고

나를 봤다 딸애를 봤다 하다가 고개를 떨궈버린다

 

그간 하나 둘 사모은 록희의 짐도 만만치 않다

커다란 박스로 하나 가득 담고도 모자라 커다란 봉지에  또 하나 그득이다.

록희의 생일이며 성격이며 좋아하는 것이며

건강하지만 오른쪽 귀는 한 번 아팠던 적이 있어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이며

A4 용지에 빽빽하게 기록하던 딸애가

"잘 부탁드립"에서 동작을 멈추고 마지막은 눈물로 채우는 걸 바라보던 남편도

애써 힘을 주는지 눈이 벌개진다.

 

우리에게 교훈과 아픔을 함께 준 채

록희는 마지막 선물로 새로 사 준

뽀송뽀송한 큰 집에 담겨 끙끙 잉잉 들릴 듯 말 듯한 비명을 지르며

길다란 눈빛을 남겨 놓고 떠났다

 

휘익~~

록희를 싣고 가는 도련님의 봉고차 지붕에서

서럽도록 고운 가을 단풍잎이 떨어져 내렸다.

 

봉고차가 아파트 블럭 모퉁이를 마악 돌아서자

미동도 않고 차를 지켜보던 딸애가

"록희야~~록희야~~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마구마구 외치며 달려가더니 푹 쓰러져 버렸다

 

딸애의 무릎에서 피가 많이 났다

어떡해..많이 아프냐며

애가 타는 에미 앞에서 딸애가 울면서 야몰차게 내뱉는다

"됐어, 만지지마 ..내 맘 아픈 거에 비하면 이깟 거, 암 것두 아니야

미워 미워 다 미워.."

 

그래,

네 무릎에 난 상처가 나을 즈음엔

네 마음의 상처도 함께 아물었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오는 가을엔 저 단풍처럼 고운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200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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