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이 지난 거리는 여름의 열기로 후줄근하다.
지열이 올라와 들고 있는 양산마저 흐느적거린다.
그럼에도 그 길위에 삶을 향해 서 있는 사람들로 인해
길은 오늘도 인내로 누워있으리라.
국장님의 심부름으로 그 속을 들어서니
사무실에서 잊고 있던 계절이 후끈한 숨결로 다가선다.
우체국 앞 작은 옷전을 펼치고 있는 아주머니는
늘 봐도 그 따가운 햇볕 아래 파라솔 하나가
더위를 피하는 도구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매일 곱게 화장한 얼굴에 눌러 쓴 모자가 단정하다.
지나가는 사람이 발길을 멈추던 말던
시선을 주던 말던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주로 중년을 넘어서거나 할머니 소리를 듣는 세대들이 입을 법한
편하고 허름한 옷들을 내다 놓고 판다.
우리 엄마가 가까이 계시면
서로 좋자고 한 두어 가지 팔아드리고 싶지만
친정은 멀고 내가 입을 상황은 아직은 먼 시간 뒤이고..
지나쳐 오는 발걸음이 자꾸만 주춤거린다.
우리 엄마도 시장 모퉁이 한 켠에서
과일이며 야채를 팔아 우리를 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아줌마와 조금 떨어진 곳에 과일 주스를 파는
서너 명의 대학생이 보인다. 방학을 하면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노력이 이 더위속에 빛나 보인다.
몇 잔 사서 나도 먹고 저 아주머니에게도 한 잔 드리고
사무실 직원들에게 선심도 쓰고 싶지만
집에서 대충 차려놓고 나온 반찬으로 점심을 먹을
내 새끼들을 생각하니 그거야말로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단호하게 발길을 돌려 사무실로 오는데
저만치 소공원 그늘 아래 목청 돋워 여름을 노래하는 분들.
이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흥겨운 잔치다.
갑자기 에어컨 바람이 일듯 뒷목이 서늘해진다.
하루를 소일하기 위해
아니 삶의 남은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이 불볕 더위에 작은 그늘을 찾아 밖으로 돌아야만 하는 노인들.
그럼에도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의 비결을 찾아내
아무도 짓지 못하는 싱싱한 웃음을 물고 있다.
먼저 드는 마음이 신기하다 이다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초연함이 슬며시 부럽기도 하다가
그렇게라도 억지 마음을 다졌을 그 분들의 테두리가
먼 훗날의 내모습일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가
저렇게 까지 무작정 그슬려야 할
그 분들의 대책없는 여름에 애매한 분노의 감정도 날렸다.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사서 풀면
저 분들의 여름은 더없이 푸른 노래를 부르겠지..?
속으로만 수없이 정을 우려내면서
오후의 길을 터벅거리고 걷는 내가 오늘 따라 참 슬프다.
언제 쯤 내 주머니 생각않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으려나..
내 노래는 언제 쯤 제 소리를 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