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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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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 그 열망


BY 최지인 2005-07-08

음력 5월5일 단오를 앞 뒤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붉은 빛 입술
그 붉은 미소에 마음은 흠뻑 젖고도 남아돌아
줄줄이 도열한 하얀 술병 속에서 빨갛게 풀어내던 열망.

 

이즘이면 신작로 위로 개구리 울음소리가 넘쳐나고
합세한 두꺼비들의 팔딱이는 뜀뛰기 시합도 숨이 찰거고
밤하늘 별들은 그 총총함이 유달리 정겨울 때.

 

일차 모내기를 끝내고 한숨 돌린 동네분들이
노인정 앞마당에 모여서 술내기 게이트볼 게임을 치를터이고
아낙들은 조촐한 음식 장만으로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는 시기.


그 옆 죽 둘러쳐진 앵두나무 울타리 밑에선
고만고만한 손주 녀석들이 새까만 얼굴로 한손으론 앵두를 따 입에 넣고
한손으로 코를 슥~ 닦아 바지 춤에 비벼댈 즈음인데...

 

지금도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나
이젠 거의 방치되다시피 저혼자 호사롭게 달렸다
저혼자 땅으로 추락하는 열매의 빨간 흔적이 온통 벌겋게 뒤덮었을테지.


한 주먹 가득 빨간 앵두를 따서 하나하나 아껴서 입에 넣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똑같이 개수를 세어서 아예 한주먹 가득 털어넣고
후___푸푸__씨앗 멀리 뱉기 내기를 하던 유년의 친구들.


그 친구들도 나처럼 그날을 돌아보고 있을까나

작년만 해도 시장에서 곧잘 보이던 앵두가
올해는 왠일인지 전혀 보이질 않아
조금씩이나마 맛보던 향수는 그만큼의 부피만 쌓아야 할 지경이다.

 

어젯밤 보았던 달무리가 대신의 위안일 수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