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록 제 자리를 야무지게 다독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어째 연륜이 더할 수록 제 선 자리가 자꾸 이탈을 해서 미안함으로 칠갑을 하게 하네요
가만 생각을 짚어보다 보면
일 주일에 서 너번은 그러지 싶네요
남편은 사먹는 음식을 너무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기도 하고
때로는 요리 재료만 준비해 가서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상가의 주변 사람들 불러 맛있게들 드시는 걸 즐기는 편이거든요.
어제도 아침 일찍 우리 부부는 등산을 갖다 와서
오후엔 자갈치 시장엘 갔지요.
명절 준비로 미어터지는 시장골목을 헤집으며
남편이 먹고싶다는 꼼장어와 회를 샀지요.
친구 부부를 불러 회를 안주 삼아 밤이 깊도록 술 잔을 기울인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제가 그 꼼장어를 씻어야 하는데 징그럽고 무서워서 못 만지겠더라구요.
남편이 나중에 씻겠다고 냉장고에 집어넣고는 술이 과해서 그만 그냥 잠자리에..
사실을 고백하자면요..ㅋ
아직까지도 생선 같은 거 다듬을 일이 있으면 남편이 다 해주거든요.
아침에 그냥 사무실에 가져가서 거기에서 씻겠다고 해서
꼼장어 양념 구이에 필요한 재료는 다 챙겨넣고서는
그만 막상 제일 주재료인 그 꼼장어 보관 봉지를 잊어버렸지 뭡니까.
늦게 일어난 애들 학원 보내려고 밥상 차리다 보니까
흐미^^ 그게 왜 그제서야 제 눈에 들어왔을까요
아차! 싶은데 어쩝니까.
시간을 올려다 보니까 남편이 사무실에 막 도착할 시간이데요
이거, 먼저 전화를 해서 사과해야 하나
아님, 오는 전화 기다렸다가 그냥 야단을 맞아야 하나
아니야, 월요일부터 괜한 전화 해서 먼저 화 돋굴 필요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전화가 따르릉~~순간, 화들짝^^*
우리 애들이 손뼉을 치며 웃어제끼데요.
"아유, 어떡해..내가 또 일을 저질렀네..미안해서 어떡햐~~"
미리 꼬랑지 팍 내리고 선수를 쳤더니
"봐라, 니 내가 왜 전화 했는지 니 죄를 알긴 아네" 하데요.
"내가 지금 얼른 가지고 가까요?" 하니
"마, 됐다. 내일 해 먹지 뭐.." 하네요.
화를 안 내고 잘 지나가는 걸 보니 오늘 저녁 큰소리는 안 나고 무사히..ㅎㅎ
사실은 어제 저녁 친구부부 보내고 나서 정리하고 보니 시간이 새벽 2시
게다가 새벽 6시에 일어나니 잠이 모자라 회로가 잠시 엉켰던 건지 싶은데..
참 이상하지요.
예전엔 하루 이틀 쯤 날밤을 새도 끄덕도 없더니
이젠 하루만 잠을 설쳐도 그 효과가 재깍인기라요.
우리 딸애는 잠이 모자라서..중얼중얼 변명 하는 제게
가차없이 정신력 부재를 들이대네요..지지배 얄밉게스리^^
그래도 작은 녀석은 웃음 뒤끝에 염려를 실어 하는 말이
"엄마, 인터넷 고스톱을 열심히 치던지
아님, 구구단을 거꾸로 열심히 외라. 그러면 증상이 좋아진대.."
하이고, 아침부터 엄마 낯이 안 서서.
고스톱 같은 건 근처에도 안 가봤으니 취미 삼을 일도 없고
녀석 말마따나 거꾸로 구구단을 달고 살아야 하는지..
언젠가 시장 갔다 와서 물건 정리 하다가
지갑을 냉동실에 넣어두고는 혼쭐이 났던 적이 있는데
그 얘기가 오늘 딸애 입에서 또 다시 불거져 나왔네요
자질구레한 건망증 편력?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두 애가 또다시 요절복통하다가 학원 늦었다면서 뛰어나가고
참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한심해서리..
저만 그런가요..?
누가 제 편좀 되주세요.
그나 저나 오늘 저녁 어떻게 해야 무사히 남편 훈계에서 벗어날 지...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