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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BY 낸시 2022-08-09

일하는 사람이 둘이나 아파서 일을 못하게 되었다고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 날부터 열이나고 목이 아프다더니 아마도 코로나가 아닐까 의심스럽다.
둘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아프기도 같이 아픈 것 같다.
암튼 난처하고 당황스럽다.
80명 생일파티 주문과 22명 주문이 겹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숙련된 일손 둘이 못나온다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쨌거나 준비하고 일을 나가야 하니 샤워를 했다.
그런데 샤워하는 내내 마음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평온하다.
까짓  못해낼 것은 뭐람, 해낼 수 있을 꺼야, 한번 해보자, 이런 맘이 들었다.

하루가 지났다.
80명 생일파티 음식과 22명 음식은 시간 맞춰 나갔다.
두 개의 주문 외에도 토요일이라서 평일보다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별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는 잘 지나갔다는 뜻이다.
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날더러 원더우먼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잘했다, 스스로도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이다.
중학교를 다니다 말고 양장점 시다 노릇을 한 적이 있다.
50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퇴근하면 밤 11시였다.
그렇게 한 달 내내 일하고 받는 월급이 3000원이었다.
양장점은 일충에 있었고,  옷을 만드는 공간은 5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일층과 오층을 수시로 오가며 심부름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때로는 근처 시장에 가서 단추와 실을 사고 오버락을 해오기도 하였다.
너무 힘들어 계단을 기어올라가기도 했는데,  내려갈 때는 그럴 수도 없으니 더 힘들었다.
하루는 도대체 몇번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지 수를 세어보았다.
오르고 내리는 것을 한번으로 치고  많은 날은 하루에 50번도 넘었다.
그 때는 너무 힘들어  아무도 없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울던 때도 숱하게 많았다.

그 일을 겪고 난 뒤론 세상을 살면서 힘들다고 느낀 때가 거의 없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절로 그 때 겪었던 일과  비교가 된다.
그리곤 힘이 불끈 솟는다.
겨우 십대 초반에 그런 일도 해냈는데 이까짓 것 쯤 아무 것도 아니지.
얼마나 어려운지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이 든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평온한 마음으로 일을 하니 실수도 적고 무사히 지나갈 때가 많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그 때 그런 일을 겪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옛날 일을 떠올리며 힘든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실은 일 자체보다 마음이 힘들어 힘든 경우가 많은데, 마음이 힘들지 않으니 좋다.
어려서 했던 고생이 사는 내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이야.
이래서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생겼나보다.
그 때 했던 고생은 그 어떤 보석보다 값진 내 인생 최고의 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