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시골로 내려 가야 겠다."
첫 애 놓고 얼마후 갓 결혼한 여동생과 군에 다니는 남 동생을 앉쳐 놓고 부모님은 거침없이 말씀 하신다.
자라서 객지 생활을 하신다고 농사 일은 한번도 해 보지 않으신 어른들이기에 우리 들을 서로 얼굴들을 쳐다 보고 사뭇 놀란다.
기름때를 평생 묻치고 사셨는데 어떻게 힘든 농사 일을 하겠다고 우리는 그냥 손주들이나 봐 주시면서 여기 계시면 안되냐고 말려 본다.
당장 시골 내려 가시면 직장 생활로 부모님이 보고 있는 우리 딸은 어쩐다??
난 시골 가서 고생 할것 같은 부모님 보다 내 자식 보는게 더 걱정....
걱정 할것 없다고 그냥 봐 둔 시골 땅으로 무작정 우리 딸아이 들쳐 없고 내려 가버리셨다.
그리고, 여름 휴가라서 시골 내려가서 본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집??
그냥 비닐 하우스에 커다란 마루 깔아 놓고 그 옆에 오밀 조밀 소꿉 놀이 하는 어린애들 세간 살이 마냥 늘어 놓고 계셨다..
마루 밑은 그냥 맨 흙 바닥...
마루 위에는 손주 모기 밥 되지 말라고 친 모기장이 옹색 맞게 한 귀퉁에 똘똘 말려져 있다.
우리는 기가 막혀...참, 참~ 허~~참..만 연발 해 댄다..
싱크대도 없이 맨 바닥에서 밥 해드시고 설겆이 하고 ..
옛날 신혼 생활도 그렇게 안 하지 싶다.
몇 해전 그 잘나가던 사업 부도로 세간 살이 제대로 있을리 없고 그 나마 그 동안 번 돈 들은 자식들 가르친다고 뭐 하나 버젓 한것 없이니 ...
그나마 깨끗한 것들은 우리 딸아이 세간 살이 뿐....
짝달막한 옥수수 삶아 오시면서 동네 사람들이 우리 딸아이를 보고 부모님의 늦둥이 딸이라
한다고 밖에 심은 해바라기 처럼 웃으 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모님 얼굴이 도시 살때 보다 더 환한 달빛 같기도 하고 물 갓 오른 오이 마냥 신선해 보였다..
이 시골 생활에 흠~뻑 빠지신것 같다..
자고 나면 쑥~ 자라는 곡식들 모습이 하도 신기 해서 잠도 안온단다...
기름 밥이 자기 천직 인줄 알았는데 이런 지상 낙원이 없다고 평상시 말 없으신 우리 아버지의 말씀은 우리 에게는 우리 걱정 말라는 뜻으로 밖에는 안 들렸다,
자연속에서 자라 보지도 않은 우리 형제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튼날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자연속(?)에서 자고 오랫만에 부모님 곁인지 몸이 한결 날아 갈것 같았다. (우리들을 그냥 맨 바닥에서 자리 펴고 잤다.)
새소리에 자연 공기에 밖을 본 시골 세상은 또 다른 세상...
심각한 우리 와는 달리 그렇게 편한 웃음 지을수 있는 내 부모님들을 이해 할것 같은 다른 세상들 이었다.
태양빛을 닮은 붉은 고추들이 이슬을 머금고,
우리 아버지 닮은 담배잎들은 바람결에 너울춤 추고.
산 넘어 야트막하게 드리워진 안개의 강에서 나는 향기는 어릴적에 맡은 엄마의 젖 냄새 같이 아늑 하다.
가마솥의 밥 누룽지 같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풍경들...
그 속에서 뽀얗게 살 오를 것만 같은 시골의 향기들...
그 해 겨울에는 직접 손수 지은 보금 자리가 마련 되었다.
그 자리에 방 넣고 부엌 놓고 시내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모셔 오고...
여름날 그 옹색 했던 보금자리가 99칸 대궐이 부럽지 않게 편리 하게 지어 졌다..
그 후...
조금 밑에 다시 잡은 보금 자리로 15년을 살고 계신다.
아직도 해 맑은 웃음으로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주신다.
난 거기가 내가 자라 온 고향 마냥 편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