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가슴 내려놓으며 2004년이 잠든다
최현옥
빛바랜 달력 힘없이 고개를 젖힌다
어느해 보다 변화가 다분했던 2004년
눈물과 탄식 폭염과 총소리
하늘도 울고 피투성이 상처로 앓고 있는 자연
신음 소리 난무한 세상이야기
떨리는 눈 빛, 공포 속 오한
차라리 청각 시각 제 기능 제어 장치 꾹! 누루고
벙어리가 되고 싶었던 한 해
거리의 한숨소리 회오리 바람
욕심과 자만이 잉태한 오물의 악취
어둠을 밝히는 달빛 마져도 구름 사이로 몸을 가린다
세상 향해 흘리는 무리의 저 눈물, 서러운 멍울 되어
멍든 상처, 피 흘린 자국마다
두루마리 풀려 나풀거리듯 춤추며 날아다닌다
아! 은빛 세상의 하얀 절규 속으로
지친 가슴 내려놓으며 2004년이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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