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詩. 최현옥
아침 해가 눈꼽도 떼기전 부터
시아버님 조바심 내는 목소리
거북 등껍질 같은 시어머님 손마디가
아침 짓는데 바쁘기만 하다.
십이년 전 지게에 둘러맨 나무 한 짐으로
비탈진 산길 내려오시다
넘어지신 뒤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님
대문이 휜히 보이도록 방문 옆에
쪽지 창문 활짝 열어놓은 얼굴에 보름달이 뜬다.
언제나 우리 병아리들 기다리시며
쌀밥에 계란찜 올려 놓는
어머님의 등을 힐껏 훔치며 재촉한다
방학때만이 볼 수 있는
알밤 같은 손주 손녀들의 출현을
다시 보는 드라마처럼 기다리던 시아버님
불편한 다리 지팡이에 의지하며 손주 오면 줄 선물에
마을회관 구판장 가는 걸음이 새털처럼 가볍다
키보다 낮은 대문, 발로 밀고 혀짧은 목소리로
할아버지 부르며 달려오는 병아리 걸음이
마당 가운데 돌부리에 넘어질세라
손주 이름 부르시던 시아버님 목소리가
굴뚝에서 안개꽃이 되어 피어 오른다.
시작메모-
시아버님 돌아가신지 벌써 8년이나
지나버린 세월
뒤뚱뒤뚱 걷던 손녀딸이 벌써 열일곱
소녀가 되어버린 지금
시아버님 살아생전 모습이 그립습니다.
토요일 시아버님 길일을 지내고 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