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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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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주 여자 팔자


BY 그림 2005-05-17

우리 친구들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 친구집에 집들이 갔을 때.

친구 신랑이 사주를 좀 본댔다.

다들 재미 삼아 봤다,

나도.(기독교 신자지만)

남자 사주란다. 관운도 있고.

 

직장 다닐 때,

도장 파는 사람이 이름 풀이를 해준댔다.

평생 일이 따라 다닌다 했다.

사무직 여직원이 부러워 했더니

그 사람이 그랬다.

그거 좋은 거 아니라고

여자는 그저 일 안하는 팔자가 제일 좋은 거란다.

해외 운도 있댄다.

남자라면 잘 필 수 있을 텐데라고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공부했다.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일했다.

진짜 남자 사준가?

 

스무살 대학 2학년말.

억지로 떠밀려 본 4급 기술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받고

출근하기를 기대하시는 아버지를 실망(?) 시키며

나머지 2년을 계속 공부했다.

 

관운은 있었는데 내가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한 결정중에서 가장 이다.

 

해외 운이 있어서 여기에 살고 있나?

ㅉ ㅉ ...

5분이면 갈 수 있는 바다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도장파는 아저씨 말대로 나는 계속 일한다.

한국에서나 바다 건너서나.

그런데 요즘의 내 일은 좀 재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재미있게 일했었는데.

바다 건너 이곳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내 남자 사주에, 관운에, 해외 운에, 일 운에

모든 것이 뒤죽 박죽 섞여서

사는 것도 뒤죽 박죽,

영어로 포장하여 말하면 <믹스 & 매치>의 삶을

불혹도 거의 지나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숨가쁘게 살아 가고 있다.

 

사주, 팔자 그런것

뒷전에 밀어 부쳤던 내가

뒤적 쥐적 끄집어 내는 걸 보니

나도 늙어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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