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들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 친구집에 집들이 갔을 때.
친구 신랑이 사주를 좀 본댔다.
다들 재미 삼아 봤다,
나도.(기독교 신자지만)
남자 사주란다. 관운도 있고.
직장 다닐 때,
도장 파는 사람이 이름 풀이를 해준댔다.
평생 일이 따라 다닌다 했다.
사무직 여직원이 부러워 했더니
그 사람이 그랬다.
그거 좋은 거 아니라고
여자는 그저 일 안하는 팔자가 제일 좋은 거란다.
해외 운도 있댄다.
남자라면 잘 필 수 있을 텐데… 라고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공부했다.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일했다.
진짜 남자 사준가?
스무살 대학 2학년말.
억지로 떠밀려 본 4급 기술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받고
출근하기를 기대하시는 아버지를 실망(?) 시키며
나머지 2년을 계속 공부했다.
관운은 있었는데 내가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한 결정중에서 가장 ‘짱’이다.
해외 운이 있어서 여기에 살고 있나?
ㅉ ㅉ ...
5분이면 갈 수 있는 바다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도장파는 아저씨 말대로 나는 계속 일한다.
한국에서나 바다 건너서나.
그런데 요즘의 내 일은 좀 재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재미있게 일했었는데.
바다 건너 이곳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내 남자 사주에, 관운에, 해외 운에, 일 운에
모든 것이 뒤죽 박죽 섞여서
사는 것도 뒤죽 박죽,
영어로 포장하여 말하면 <믹스 & 매치>의 삶을
불혹도 거의 지나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숨가쁘게 살아 가고 있다.
사주, 팔자 그런것
뒷전에 밀어 부쳤던 내가
뒤적 쥐적 끄집어 내는 걸 보니
나도 늙어가고 있나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