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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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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못 당해


BY 자화상 2008-10-16

 

  

 88.1.12  4세 (만 2년 9개월째)

 

 수진이에게 이젠 말로는 못 당하겠다.

 언니들과 놀면서 말을 다 배워가지고 이젠 못하는 단어가 없다.

 듣고 있으면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오전에 수진이 코를 닦아주고 휴지를 휴지통에 가서 버리기 싫어서 수진이 장난감 깡통에 넣었다.

그랬더니 금세 수진이가 보았는지 장난감 깡통을 들어 땅 바닥에 탁 털어서 버리고는 깡통을 내게 들이 보이며

 “이것이 쓰레기통이냐? 쓰레기통이야?”

하여서 어처구니없어서 주워서 휴지통에 버리고 웃어버렸다.

 오후에는 이모 집에 가서 이모가 내게 입으라고 바지를 하나 사놓았기에 입어 보았더니 수진이가 내게 하는 말이

 “어! 니가 누구냐 응?”

하더니 

 “꼭 아줌마 같다.”

하여 웃겨서 웃어버렸다. 못하는 말이 없다.

 또 말대답도 잘해가지고 내가 풀칠하여 대벽을 하는데 옆에 누워서 계란을 먹으면서 발을 움직여서 풀 그릇 가까이 닿을락 말락 하기에

 “조심하라고 했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수진이가 벌떡 일어나서는 

 “깜짝이야”

하고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하여 나를 또 웃겼다.

계란 다섯 개를 흰자만 먹고 또 나머지 네 개는 싸가지고 오자고 해서 가져왔다.

이모가 곰 인형도 사놓아서 수진이는 되게 좋아하며 집으로 갖고 가겠다고 하였다.

그야 당연히 가져가라고 이모가 사놓은 거란다 하며 손에 들라고 하였더니 좋아서 입이 벌어졌다.

오면서 이모가 문을 안 열어 놓아서 성가셨다고 나쁘다고 했더니 수진이는

 “되게 나쁘다이”

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젠 못하는 말이 없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 육아 일기를 정리하다가 읽어보고 너무 웃겨서 20년 전 일이었는데 여기에 옮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