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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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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잘 만들어 오는 며느리


BY 자화상 2007-04-23

지난 주 목요일 밤엔 늦게까지 열무김치를 담그어 놓고

금요일 밤엔 고기를 재고 밑반찬을 볶아 놓고

토요일 새벽부터 시루에 약밥을 쪄서 만들고

오징어회도 만들었다. 

콩나물과 풋마늘 무침까지 하여 차곡차곡 용기에 담았다.

 

그리고 숙직하고 온 남편이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우린 준비한 음식들을 차에 실어

시골에 사시는 어머님께 가다가

마침 5일 장날이라 잠깐 들려서 싱싱한 생선과 딸기도 샀다. 

별로 큰 돈 들이지 않았지만 가짓수가 많아 푸짐해 보였다.

 

어머님께서는 반가워하시며 돈도 들었겠지만,

힘들게 만들어 오느라 수고가 많았겠다고 고생했다 시며

자꾸만 치사를 해주시니 휴일에 잠을 못자고 준비한

보람이 있어 피곤이 싹 가시고 몸이 가뿐해졌다. 

 

실상 많은 돈이 든 것은 아닌데

이웃집 어른들 게까지 내 수고를 자랑하시고

치사해 주셔서 민망하기도 하였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그게 자랑이 될 정도로

요즘에 보기 드문 며느리의 정성이라고들 하시니

살짝 부끄럽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만남이라

어머님께는 더 오래 옆에서 앉아 말동무 해 드려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늘 바쁜 일이 있어 오래 놀아 드리지 못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드리고 오는 길에

운전 중 졸리면 쉬면서도 우린 마음이 한결 가벼움을

느꼈다. 왠지 흐뭇하였다. 

집에 돌아와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께서는

또 동네 회관에까지 약밥과 오징어 회를 덜어 가셔서

나누어 드시고 자랑하셨다며 다들 나를 치사 한다는

말씀을 하셔서 오히려 죄송스럽기만 하였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음식을 준비하여 다녀오는데

시골이라 워낙 가까이들 사시니 

반찬 잘 만들어 오는 며느리로 소문이 나 버렸다.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을 모시지 못하고 외롭게 사시게 하여

늘 죄송하다. 

그래서 어머님이 건강히 살아 주시며 우리를 맞이하여

주시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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