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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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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짜리몽땅


BY 자화상 2007-04-08

 

"암호를 대라"

"아따 그냥 열어주라."

"암호 하나."

"진짜 너 혼날래?"

"암호 하나."

"좋다. 암호 하나. 못 생겼다."

"암호 둘."

"오냐, 암호 둘. 뱃살이 삼겹이다."

"암호 셋"

"진짜 너 문 안 열래 더 이상 장난하면 혼난다."

"암호 셋."

"그것만은 도저히 못 하겠다. 한 번만 봐주라."

"암호 셋."

"이웃집 듣는다. 어서 문 열어야."

"암호 셋."

"그래, 암호 셋 나 짜리몽땅이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우리 딸 배꼽 빠지게 웃는다.

이놈의 건망증 때문에 어쩌다 열쇠를 안 가지고 나가면

집에 들어 올 때 이렇게 암호를 대야만 문이 열린다.

 

스물세 살 우리 딸은 아직도 내게는 어린아이다.

딸과 얘기하면 친구처럼 재미있다.

그 암호에서 짜리몽땅만 빼달라고 사정해도

절대로 안 봐준다.

진짜 이웃집 들을까봐 창피해 죽겠구먼,

어서 뱃살을 빼고 날씬해져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쉬이 늙지 않는 이유가

우리 딸의 유머러스한 애교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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