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를 대라"
"아따 그냥 열어주라."
"암호 하나."
"진짜 너 혼날래?"
"암호 하나."
"좋다. 암호 하나. 못 생겼다."
"암호 둘."
"오냐, 암호 둘. 뱃살이 삼겹이다."
"암호 셋"
"진짜 너 문 안 열래 더 이상 장난하면 혼난다."
"암호 셋."
"그것만은 도저히 못 하겠다. 한 번만 봐주라."
"암호 셋."
"이웃집 듣는다. 어서 문 열어야."
"암호 셋."
"그래, 암호 셋 나 짜리몽땅이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우리 딸 배꼽 빠지게 웃는다.
이놈의 건망증 때문에 어쩌다 열쇠를 안 가지고 나가면
집에 들어 올 때 이렇게 암호를 대야만 문이 열린다.
스물세 살 우리 딸은 아직도 내게는 어린아이다.
딸과 얘기하면 친구처럼 재미있다.
그 암호에서 짜리몽땅만 빼달라고 사정해도
절대로 안 봐준다.
진짜 이웃집 들을까봐 창피해 죽겠구먼,
어서 뱃살을 빼고 날씬해져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쉬이 늙지 않는 이유가
우리 딸의 유머러스한 애교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