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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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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하는 방법으로


BY 자화상 2007-02-13

"왜? 책을 읽어야 해요?"

그 아이의 생각이었다.

한 달을 지켜 보는데 초등 2학년 남자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더 책을 읽으려 하지를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글씨가 많아서 읽기가 싫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아주 간략한 유머집을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였다.

그랬더니 겨우 두 장 정도 읽더니 책을 덮어 버렸다.



책읽는 습관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아이였다.

그래서 쉬운 방법을 택하여 자극을 주었다.

이제 1학년 남자 아이가 과학 상식이 남다르게 많아 자주 칭찬을 해 주고 있는 은이라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에게 의식적으로 식용 개구리며 독거미에서 독나방 그리고 장영실과 라이트형제등

과학자들의 이야기까지 아무거나 생각나는대로 물었다.

은이는 묻는대로 핵심만은 정확하게 대답을 하였고 그 이상의 덧 븥이는 설명은 아직 어려서

쉽게 설명을 못 하지만 자신있게 아는대로 대답하는 똑똑함이 장해서 칭찬을 많이 하여주었다.



그리고 은이가 먼저 돌아가면 그 아이에게 은이가 저렇게 많은 상식을 알고 있는 것은 책을 많

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우리집에는 책이 없어요."

하는 것이었다.

서점에는 자주 다녔는지 물었더니 필요 할 때만 가고 책 읽으며 놀아 본 적은 없다고 하였다.

그 아이 부모님이 바쁘셔서 한가한 시간을 못 내셨던 것 같았다.



학원은 하루 다섯 곳 이상 다니고 있었다.

정서적인 휴식을 취해야 할 이유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게 하려고 조건을 걸어 남자로써 약속하고 실천 할 수 있겠는가 물었다.

그 아이는 선뜻 약속을 하여 주었다.

아마 은이라는 아이가 너무 똑똑해 보이고 칭찬을 많이 받는 게 부러웠든가 싶었다.



아주 간략하게 소개 형식의 줄거리로만 위인의 업적을 알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을 골랐다.

1000년을 빛낸 위인 100인의 이야기 책이었다.

단 두페이지로 한 사람에 대해 썼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그 아이에게 딱

알맞는 책이었다.

조건은 하루 한 사람의 것을 읽고 태어난때와 업적을 메모하게 하였고, 난 그 메모를 검토하고

거기에 싸인을 해주기로 하였다. 그러면 그 아이가 100인의 메모로 백장을 모으는 날에 좋은

책 한 권을 선물로 사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약 17번 까지 즐거운 기분으로 메모에 싸인을 받아 가던 아이가 점점 흥미를 잃어 가는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다시 자극을 주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눈을 맞추며 얘기를 하였다.

지금까지 약 15년을 넘게 바둑을 가르쳐 오면서 그 많은 아이들에게 휴식 시간에 책을 읽어라

하고 말만 하면 다들 말을 들어 주었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너에게만은 조건을 붙여 약속을 하여주고 내 책상 달력에 매일 어떤 책을 읽어 가는지

메모하면서 지켜 볼 정도로 신경 써주는 아이는 너 뿐이다고 하였다.

그렇게 너를 위해 애쓰는데 너는 벌써 약속을 흐지부지 깨려고 해서야 이 다음에 커서

어떤 일을 하던지 약속과 집념이 중요한데 그 때도 이랬다 저랬다해서 큰 일을 과연

이루어 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하였다.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잘 판단해서 노력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면 좋겠다고 하여주었다.



다음 날 그 아이는 들어 오자마자 생기 있는 얼굴로 책을 가져가서 소리내어 읽기 시작을

하였다.

내 마음이 흐믓해지고 예뻐서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손만 잡아 주어도 슬그머니 뺄 정도로 자연스런 포옹도 익숙하지 않은

아이였기에 볼에 손가락을 살짝대며 말을 잘 들어 주어 예쁘다고 했다.

그 때 아이는 또 내게 실망스런 말을 했다.

"왜? 볼을 때려요?"

순간 얘가 마음이 그렇게까지 얼어있나 싶어서

"엄마는 네가 예쁘면 볼을 안 만져 주시니?"

했더니 대답이

"예!" 였다.

칭찬과 스킨쉽으로 부모와 타인에게 정을 느끼며 산다는 것이 공부보다 더 중요 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는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2006.5.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