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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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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에


BY 자화상 2006-03-02

이해 할 수 없는 사소한 일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사흘째 서로 분위기가 서먹한 가운데 각자의 행동만 지켜보며 말 없이 지내고 있었다.

어제 아이들이 바둑을 두다가 일곱살 남자 아이가 실수를 했다.

그런데 곧 바로 "미안하다." 하고 사과를 했고 상대의 같은 나이 여자 아이도 "괜찮아." 하며 이해를 해 주어 예뻐서 보고 있었다.

한데 옆에서 바둑 공부를 하고 있던 그 남자 아이의 누나가 하는 말이 "쟤는 집에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한다."

하며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여 나는 잠깐 동안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평소에 자주 쓰고 있는 말 이어서 듣고 자란 아이들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결혼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말 실수를 했을때 미안하다는 사과를 먼저 하지 못하고 그냥 은근 슬쩍 넘기며 살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서로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참인데, 아이들이 내게 한 수 가르침을 주었다.



이런 우리를 보고 우리 자식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생각하니 참 부끄러워졌다.

안되겠다 싶어 내가 먼저 달라져야지 하고는 어제밤에 혼자서 운동 가려 하는 남편에게 "나도 같이 가야지." 하고 옷 갈아 입고 나섰다.

보고 있던 딸도 깜짝 놀래고 남편도 왠일이냐며 좋아서 활짝 웃는 걸 보고 속 좁았던 내 마음도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나는 추우면 운동 나가는 걸 진짜 싫어해서 겨울내 남편 혼자 다녔었다. 집에만 있는 내게 남편은 운동부족으로 건강을 헤친다고 잔소리를 많이 했었다. 그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짜증도 많이 부렸었다.



어쨌든 너무 오랜만에 같이 운동을 나가니 "자네가 운동을 나오니까 진짜 이뿌네."를 두번이나 말 하며 좋아 하는 얼굴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기분 좋은지 딸에게 용돈을 주고 내게 시간내서 미용실가서 파머좀 하고 오라고 했다.

그래도 서로 미안했다는 말은 못했지만, 아이들 덕분에 내가 생각을 고치자 우리집에 가화만사성 꽃이 피었다.

200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