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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도로에서 수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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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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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렇게 산다.


BY 낸시 2022-06-15

식당에서 내가 가장 의지하는 이가  자동차사고로 다쳤다.
뼈가 여러군데 상해서, 의사 말로는  일상을 회복하려면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한국방문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지 않고 간다고 하였다.
야속했다.
이렇게 도움이 안되는 남편은 갈아치워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시부모님 나이가 많아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차마 가지 말라고도 못했다.
그렇게 은진씨는 아파서 남편은 한국에 가서 두 사람이 빠진 식당을 맡게 되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내가 대형사고를 쳤다.
부엌에서 일하는 일꾼 둘을 동시에 해고한 것이다.
진즉부터 해고를 하려고 했는데, 남편의 반대로 못하고 있다 드디어 사단이 난 것이다.
내가 해고한 것은 하나지만 둘이 부부여서 두 사람이 동시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인력이 부족할 때, 대책도 없이 해고를 했으니 어찌 식당을 운영할 지 난감하였다.
굽히지 못하고 부러지는 성질머리를 가진 스스로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일꾼을 구하지 못해 문닫는 식당이 있다는 말이 생각나 겁이 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람은 생긴대로 살 수 밖에 없다.
내가 가끔 입에 올리는 말대로, 나는 모래 밭에 혀를 박고 죽어도 그런 꼴은 못본다.

암튼 사고를 쳤으니 뒷감당은 온전히 내 몫이다.
은진씨 몫, 남편 몫, 내가 해고한 일꾼 둘 몫에 내가 하던 일까지 다섯사람 몫을 혼자서 감당해야한다.
은진씨 대신 일하는 사람이 있긴 하니 은진씨는 빼자.
남편도 노냥 자기가 제일 힘들게 일한다고 생색을 내긴 하지만 나는 그가 하는 일이 별로라고 생각했으니 그도 빼자.
하지만 부엌에서 일하던 두사람 몫은 고스란히 내가 해내야 한다.
일하는 것이 내 맘에 들지 않았으니 그도 반만 치자.
그렇게 줄이고 줄여도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하던  일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었다.  
다행히도  삼일 전부터는 전에 같이 일하던 후랭키가 도와주러 왔다.
후랭키도 일하는 것이 맘에 안들어 잘랐던 사람이니 큰 기대는 없다.
그렇게 열흘이 갔다.
식당이 망하지도 않았고, 내가 과로로 쓰러지지도 않았다.
보던 드라마도 놓치지 않았고 하던 스페인어 공부 시간도 빼먹지 않았다.

남편은 한국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증거로 사진을 보내왔다.
경치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유명한 장어구이집에 가서 장어 먹는 사진도 있다.
얄미운 생각보다는 나 대신 남편이라도 한가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일을 해보니 그닥 힘들지 않다.
아니,  할 일이 늘어나니 온 몸에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 들어 전보다 더 팔팔해졌다.
주어진 시간을 두배 세배로 늘려쓰는 것이 오래 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문득, 내가 이거 병이지 싶은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난 지금 신나게 열심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