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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희망은 당신


BY 자화상 2005-06-27

결혼 22년이 되어 가는데 처음으로 당신에게 편지를 쓰네요.
결혼 서약중에 건강하거나 병들어도 오직 신랑을 위하며
살겠다고 약속한 때문 만은 아니지만,


나는 당신을 떠나 보겠다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제 53세로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당신은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직장을 떠나야 하고
투병해야 하는데


넉넉한 가정 재정이 아니라
마음 놓고 공기 좋고 물좋은 산속에서
세월을 보낼수도 없어


마음안에 온통 숙제 보따리를 숨겨두고
매일을 한숨으로 지새우는
당신의 얼굴을
내가 어떻게 하면 밝게 해줄수 있을까?


내가 무슨 일을 하여 당신이 나를 믿고 하루라도 더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게 할까?
고민하고 계획하여 보지만 당신에게
내미는 사업 계획서마다 어린애같은 발상 이라며
무시를 하여 무척 속이 상해요.


얘들도 다 컸고 이제 우리 둘이서 휴일이면
여기 저기 구경 다니며 이 좋은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살겠구나 하는 때에
당신이 암에 걸려 순간에 환자가 되어 버렸으니
이제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만만치 않은 세상이 어렵고 무섭기만 한데
날더러 혼자서 어떻게 이겨내라고 떼어 놓으려 하는지
정말 야속하고 미워요.


벌써 일년을 수술과 항암 치료와 투병으로 보내고
당신은 몹시도 검어진 얼굴에 미소마저 찾을수 없게
온갖 시름으로 매일을 지내고 있는데


나는 끼니때 음식이나 간식외에
당신을 위해서 해줄수 있는게 없고
대신 아파 줄수도 없고


당신을 보면 감기 한번 앓지 않았던 당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하며 설마 아플 사람은 아니라며


뭘 믿고 그리 확신 하며 당신의 건강을 위해 보약한재
해주지 않았을까? 이제야 깊이 자책하는 나 이못난 아내를
부디 용서 하세요.


지금부터라도 우린 병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게 하고
완치 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합시다.


자꾸만 당신이 약한 생각을 하고 의지력을 잃을때면
나도 슬퍼지고 같이 손을 놓고 싶은 약한 마음이 들때가 있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힘을 냅시다. 그 어떤 순간이 다가올지언정
우린 할수 있는 힘을 다 하여 병을 이겨내어 보도록 노력합시다.


기운을 잃지 말고 용기를 더 내어
설마 하느님이 우리를 버리시겠어요.


우리가 하느님을 떠나지 않는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하느님이 머물며 희망을 주시리라 믿어요.


당신에게는 우리가 있고
우리에게는 당신이 필요 하다는 걸 잊지 말고
우리 용기를 더 냅시다.


그래서 당신의 건강을 더이상 빼앗기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에게도 다시 행복이 찾아 올거라 믿어요.


당신이 건강을 잃어 주위의 사람들이 다 떠나도
나 만큼은 끝까지 당신을 지켜줄테니 나를 믿고
힘을 내세요.


건강을 찾으면 다시 모든게 달라질거예요.
세상이 더 살만하게 보일거예요.


우리 함께 힘을 내어 기적을 이룹시다.
결혼후 첫편지가 이렇게 마음 아픈 내용만으로
꾸며질줄은 예전에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결혼 30주년에 당신을 만나 내 삶이 행복했고
후회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렇게해서 당신의 남은 삶에 희망과
용기를 줄수 있다면 오히려 잘한 일이라 여기겠어요.


아직까지 쑥쓰러워서 당신에게 여보! 라고 불러 보지 못했는데
이 글을 통해서 한번만 불러 볼께요.


여보! 사랑합니다.
용기를 내서 우리 에게 기적을 보여 주세요.
이만 줄일께요.
당신의 꼬마가
2005.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