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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으로 묻혀온 봄날의 오후


BY 자화상 2005-03-08

점심을 먹고 아빠가 심심하다고 하여
밖을 내다 보니


마침 날씨가 활짝 기지개를켜고
햇빛을 반짝 반짝 터트려서
야산에 퍼질러 앉아 쑥을 캐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여


과도 한자루와 비닐을 들고
같이 봄바람 나자고 집을 나섰다.

 

아직 쬐그마하게 몇잎씩
고개를 디밀고 있는 쑥도 뜯고


나무아래 마른 검불속에
숨어 있는 제법 자란 쑥도 뜯고


가시 나무 가지들 사이에서
설마 나를 캐어 가려고? 하며
고개를 숨기려 하는 쑥도 뜯고


두어시간 여기 저기
오리 걸음으로
야산을 뒤지고 다니면서

 
제법 모은 쑥을 가지고 오다
배가 고파서
둘이서 쑥값보다 더 비싼 토스트를 사먹고
돌아 왔다.

 

오랜만에
시원한 바다 바람도 만나고
갖가지 새 움트는 나무와 잡초들을 보니


그들의 꿋꿋한 생명력의 기운이
남편의 몸안에 가득히 채워졌으면 하고
바램을 해보았다.

 

오늘 저녁 된장을 풀고
묵은 김치와 청량고추 한개
썰어 넣고
구수하게 쑥국을 끓여야 겠다.


아마 남편은 저녁먹고 두시간후 또
쑥국에 밥을 조금만 말아 달라고 할거다.


꼭 쑥국을 끓이면
이따가 또 찾을 정도로 좋아 하니까.

2005.3. 8. 쑥으로 묻혀온 봄날의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