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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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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고나믄 머리크락만 남어


BY 자화상 2005-02-19

"자식들 손지들 다 가고 나믄 머리크락만 남는단다."
방 바닥에서 머리카락을 주우시던
어머님의 우스개소리에
나는 막상 웃어 놓고는 그 말씀을 깊이 생각해보니
참 여운이 남는 가슴을 찡하게 하는
뜻이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명절에나 휴가철에
손주들을 데리고 손님이 되어
시골에 내려오는 자식들을
늙으신 부모님들은
반갑게 반갑게 맞이하고
온갖 입맛 돋구는 음식들을 만들어
맛있게 먹어주는
모양들을 바라 보시며
행복해 하시다가

막상 다시 올라 가야 할
자식들과 손주들을
아쉬워도 속으로
그 마음을 숨기며
잘 가라고 조심해 가라고
당부하며 이제 또 언제 볼까
섭섭해 하며
헤어져 집에 들어와
허전한 방에 앉으시면

자식들과 손주들이
요리 조리 다니며 쉬었던
자리를 허한 마음으로 바라 보시다가
눈에 보이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 모으시는데
그게
머리카락 이라는 말씀을
한마디로 표현 하시는 것이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우리들의 어버이들께서는
장성한 자식들을
큰 도시로 다 떠나 보내시고
그 빈자리가
채워지고 비어지면
다시 채워지기를 기다리시며
세월을 이고 지고
다리 힘이 풀리는 날까지
자식들의 고향을 지키시며
맴맴 맴을 돌고 사신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어버이들께서는
어느 방 구석에서
머리카락 한올 주우시며
삐걱 대문을 열고
들어 올 것만 같은
귀한 손님의 발 걸음을 듣고 싶어 하시리라.

2005.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