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치료(自家治療)
나진희
기억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아픈 기억을 따라 걷다 보면
거기 깊게 패인 웅덩이 하나 있다.
온전했던 마음에 생겨난 커다란 상처
처음엔 도토리만치 패였던 것이
이제 내 키를 넘는 수심
스스로 몸을 던지지는 않겠다.
바라볼수록 아파할수록
상처는 더욱 아픈 법이다.
망각의 씨를 뿌려도 소용이 없는
한번 생겨난 웅덩이 메울 수 없다면
차라리 내 안에 갇혀있는 물고기 방생하리라
나비 날개 접고 쉴 수 있는 연못으로 만들리라
선잠 든 아기를 재우듯이
마음을 다독거리며 기억의 문을 닫는다.
어두워지기 전 노을이 붉어서 다행이다.
-광장,2008,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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