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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치료(自家治療)


BY 나진희 2008-07-13

자가치료(自家治療)

 

나진희

 

 

기억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아픈 기억을 따라 걷다 보면

거기 깊게 패인 웅덩이 하나 있다.

온전했던 마음에 생겨난 커다란 상처

처음엔 도토리만치 패였던 것이

이제 내 키를 넘는 수심

스스로 몸을 던지지는 않겠다.

바라볼수록 아파할수록

상처는 더욱 아픈 법이다.

망각의 씨를 뿌려도 소용이 없는

한번 생겨난 웅덩이 메울 수 없다면

차라리 내 안에 갇혀있는 물고기 방생하리라

나비 날개 접고 쉴 수 있는 연못으로 만들리라

선잠 든 아기를 재우듯이

마음을 다독거리며 기억의 문을 닫는다.

어두워지기 전 노을이 붉어서 다행이다.

 

 -광장,2008,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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