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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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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 옻나무


BY 나진희 2004-11-29

여차하면 가리라

옷깃만 스쳐도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너에게 확 옮겨 붙으리라

옮겨 붙어서 한 열흘쯤

두들두들 앓으리라

 

살이 뒤집어지고

진물이 뚝뚝 흐르도록

앓다가 씻은 듯이 나으리라

 

네 몸 속의 피톨이란 피톨은

모조리 불러내리라

불러내어 추궁하리라

 

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