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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필녀] 사막여자


BY 나진희 2004-10-29



-채필녀-




저 살갖이며 피이며 삼장이며 자궁인 모래,
어디를 만져도 몸이 달아, 숨이 막히는
뜨거워, 벌거벗은 채 수없이
체위를 바꾸는 여자
팔과 다리는 바람과 함께 떠도는
불구, 천형의, 일어나지 못하는 여자
상상임신으로 늘 배가 둥글고
젖가슴이 홀로 흔들리는 여자
짓밟는발자국을신기루로유혹해쓰러뜨리고
하얗게 삭아가는 뼈와 몸을 섞는
등골이 오싹한 여자
가도 가도 메마른, 끝이 없는 여자
낮동안 빨아들인 해의 열기, 해와의 정사를
싸늘하게 식혀버리는 밤,
살아있는 씨를 감추고
한방울의 비를 기다리며
초원을 꿈꾸는 여자
가끔모래폭풍을일으켜세상끝까지정복하는
여자, 원래 녹색의 땅이었던,
누워있는 그 자리가 전생이며 내생인
때가 묻지 않는 여자
심연 깊숙이 푸른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는.


-시집 '나는 다른 種을 잉태했다' [천년의시작] 중에서

 

[감상] 여자를 사막에 비유하여 이렇게 표현하다니 감탄스럽다.

 한 구절 한 구절 가슴에 진하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