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산책길을 걸으며 가을을 만나고 있는데
한 떼의 아이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체육시간에 단체로 올라온 모양이다.
그 사이에 끼어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가을향을 마음껏 느끼며 쉬고 있는데
재잘 재잘, 하하 호호, 장난치며 잡고 잡히고 뛰고...
맑은 소리들이 산을 울리며 올라온다.
긴 줄 들속에서 내가 쉬는 벤치로 우루루 한 무더기의 여학생들이 몰려왔다.
일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몇 명은 선체로 수다가 시작 됐다.
셋이서 어깨동무를 하고 삐딱하게 선 폼이 제법 한 가닥(?)하는
친구들인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서서 있는 아이의 왕수다가 시작 됐다.
짓궂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이 소위 '분위기 짱' 인가보다.
대상은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다.
"얘들아. 얘 머리 좀 봐. 이렇게 핀을 꽂아도 샘은 가만히 놔둬요.
왠지 아냐? 공부 잘 하니까!
글구 머리 결 좀 봐요. 염색도 하고 머리도 긴데도 걸리지도 않아요.
걸리면 뭐래는 줄 아냐. 부드~~~럽게! 'ㅇㅇ아! 머리 좀 잘라라 ~.'
그러면 끝이야. 왜? 공부 잘 하니까!!!~~~~~~
야. 우리가 그래봐라. '당장 교무실로 와~~~~~~~~~~~~ !' 아니면,
당장 가위들고 쫒아 와서 잘라버리고 말지. 안그러냐? 응? 응? 응?"
그리고, 사실~ 내가 얘보다 좀 낫지 않냐?
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그치? 그치? 그치? 공부 좀 못 하는 거만 빼고! ㅋㅋ"
모두들 와~ 하고 깔깔거리며 소위 뒤집어 진다.
문제의(?) 그 여학생도 웃느라고 눈물까지 찔끔거린다.
"야. 참! 너네 들 오빠 있냐? 있냐?"
"있지~ ~ ~ "
"그럼 너네 오빠한테 맞아 봤냐?"
"그럼~ ~ ~ 그럼~ ~ ~ "
"맞기만 했냐? 아주 반은 죽어 봤다 봤어!"
"울 오빠는 '동생이라 때릴 수도 없고.' 그러면서 맨 날 맨 날 쥐어박는 다 쥐어박아!"
"그건 약과야. 울 오빠는 가만히 앉아서 심부름이란 심부름은 다 시킨다. 흐~ ~ ~ 열
받아!"
"히히 울 오빠는 얼마나 웃기는지 아냐? 나 실컷 때려놓고 '동생이라 봐 줬다' 이러는 거야.
그러면 얼마나 열 받는지 아냐? 뚜껑이 확 열리지.
나도 한대 때리고 싶지만 내가 힘이 있냐?
열 받아도 참는 다 참아."
또 한바탕 뒤집어 지는 아이들.
ㅎㅎㅎ 정말 너무 예쁘다. 정말 좋은 나이지.
얼마나 맑고 순수한 영혼들인가. 저랬던 시절이 언제던가.
모두들 얼마나 예쁜지 바라보고 있노라니 부럽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이래서 노인들이 아이들을 바라만 봐도 예쁘다 하시는가 보다.
ㅎㅎ 그러면 나도 늙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예쁜 건 예쁜 거니까.ㅋㅋ
한참을 그렇게 활기찬 웃음을 쏟아 놓고 시간이 늦었다면
우 루 루 뛰어갔다.
음~ ~ ~ 정말 예쁘다 예뻐.
오랜만에 나도 열다섯 살의 소녀로 돌아가 실컷 웃어 봤다.
가을향과 감상의 시간은 조금 빼앗겼지만 정말 기분 좋은 산책길이었다.
'얘들아! 공부하느라 힘들지만 순수한 그 마음과,
미래를 향한 열정은 식지 않게,
이쁘고 당당하게 성장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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