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녀의 얘기를 해야 할것같다.
민 순영
아직까지도 소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중년의 여인.
순영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하여 처음으로
'영아'라고 불러주던 남자를 사랑한 여인.
곱게 자라 좋은 가정을 꾸리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여인.
그러나 어느 날 한 줄기 바람이 그녀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자,
막연한 그리움으로 흔들리는 여자,
그렇게 그녀는 가을여인이 되어 사랑에 힘겨워한다.
그녀는 늘 유쾌한 여자다.
그녀의 밝고 해맑은 미소는 언제 만나도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의 미소는 백만 불짜리라 모두가 얘기한다.
그녀는 늘 깨어있는 여자다.
언제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매력적이다.
그녀와 얘기하다보면 사그러져 가던 열정이 되살아나고
모든 것에 희망이 보인다.쳐다만 봐도 마음이 밝아지는 여자,
싱그러운 여자, 건강미인, 눈빛이 선한 여자, 늘 긍정적인 여자.
그녀에 대한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변화가 느껴진다.
짙은 회색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말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절함에 젖어 있다.
그녀가 새로운 사랑에 빠져버렸단다.
사랑?... 중년의 사랑이라...
온전한 사랑이 아니것을 알아.
마음속의 사랑을 누가 말 할 수 있는가.
그녀에게서 그 그리움마저 누가 빼앗을 수 있는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해 줄 수없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가만히 앉아 기다림에 빠진 여인.
뭘로 위로해야 하나,
............
그러나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그녀 앞에 내 놓고 조용히 그녀와 마주 앉았다.
애궂은 커피만 두 잔을 연거푸 홀짝거리고 있는 무기력한 날 보다
조용히 일어나 C D 한 장을 골랐다.
그래...
그리울 땐 그리워하라
슬플 때는 더욱 슬퍼하라
눈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
애절한 노래가 거실에 안개처럼 퍼진다.
♪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생각 만으로도 나는 좋아...
.......
우리사이 너무 멀어요... ♬
그녀의 큰 눈망울에 이슬이 맺힌다.
얕은 한숨을 내 쉬며
나는 창가를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