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자취집에서
잰 걸음으로 걸어 회사에 오면
아이스 크림을 사먹던 구멍가계가 보이고
마당에 막 물을 뿌려 비질을 한듯한 상쾌한 하늘이 있었다
등이 시려오는 가을
추석이 가까워졌다고 모두 들떴지만
가을날 점심을 먹고 오후 그 나른함으로
시간이 느리게 갔다
어머니가 아직은 설익어 따먹지 말라던
참외를 몰래 따먹는 기분으로
들키지 않게 회사를 그만 둔 후
생활이 막연한 나의 오후는
잘 살아야지 건강해야지 하는 가을이었다
지금 이맘쯤 이발을 한듯한 무덤에
긴팔옷을 벗어 손에 들고 흰 속옷을 드러낸
아버지 또래의 사람들이 앉아 있을 그 가을날 기억을
시계태엽을 감아 돌리고 다시 감는
오늘 하루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