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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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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연가


BY 이미래 2009-09-01

집이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자취집에서

잰 걸음으로 걸어 회사에 오면

아이스 크림을 사먹던 구멍가계가 보이고

마당에 막 물을 뿌려 비질을 한듯한 상쾌한 하늘이 있었다

 

등이 시려오는 가을

추석이 가까워졌다고 모두 들떴지만

가을날 점심을 먹고 오후 그 나른함으로

시간이 느리게 갔다

 

어머니가 아직은 설익어  따먹지 말라던

참외를 몰래 따먹는 기분으로

들키지 않게 회사를 그만 둔 후

생활이 막연한 나의 오후는

잘 살아야지 건강해야지 하는 가을이었다

 

지금 이맘쯤 이발을 한듯한 무덤에

긴팔옷을 벗어 손에 들고  흰 속옷을 드러낸

아버지 또래의 사람들이 앉아 있을 그 가을날 기억을

시계태엽을 감아 돌리고 다시 감는

오늘 하루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