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여름 휴가를 얻어 시골집에 가니
마당 한켠에 장독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꽐꽐 흐르는 수도 옆에 감나무 한그루 서 있다
팔월 중순처럼 싱싱한
여물기 시작한 감하나 땄다
추석에 시골집에 오면 그 감 따주고 싶은 자식
마음에 담고 있는 어머니
마을 샘터 아래 빈집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주워와 내민다
9월이 가고 10월이 갔다
까치가 아침이면 창 앞에서 우는 늦은 가을
어머니가 부쳐준 발갛게 익어가는 커다란 감이
박스에 그득 가을과 함께 안에 들어왔다
사흘 지나고 오일이 되어
차갑게 때리고 지나가는 겨울 바람 맞은 얼굴처럼
방안에서 발갛게 홍시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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