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그 시절 회색빛 담장들 틈에서
느꼈던 우울함 속에 빠져든다
내 생각 어디에선가 시작을 알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적막속에서 떨고 있는
한 영혼의 넋두리 같은
음울한 울음 소리 같은 것을
듣게 된다
회색빛 거리에서 오로지 꿈 꿀 수 있는 건
음악과 책 뿐이었다
자연을 노래 할 만 큼 아름다운 서정을 갖지 못했으므로
남이 정서한 문체에 매료되어
그 이국적인 감성을 느끼는 것
정말 그것은 손 아귀에 넣을 수 없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
헤르만헷세의 간결한 건조체의 문장은
오직 한 단어 만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짜여진
말하자면 세상에서 단 한 벌 밖에 만 들 수 없는 옷
그것이었다
그의 인생은 모르지만
그의 언어의 천제성은
참으로 그의 영혼이 순결함을 느끼게 했다
바람은 그런 것이다
사람의 피부를 통해서 그리고 마음을 통해서
호흡할 때마다
한 박자 쉬게 만드는 헤르만 헷세의 언어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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