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 ********
안양에서 완도읍 신지도 까지
여름이면 숙제처럼
우린 피서랍시고
어느 산모퉁이를 돌아서
시아버님을 찾았지요.
그때의 당신 모습은
살아계신 아버님을 뵙는 듯 들떠있었고
힘든 낫질을 즐겨했지요.
뉘 집 황소인지
저만치 묶여있지만
끈이 길어 혹이라도 덮칠까봐
소꿉장난처럼 벌려놓은
된장찌개 잔치를
후다닥 먹어치웠잖아요.
추석이 가까우니
그때가 그리워
여느 산모퉁이를 볼 때마다
그 모퉁이만 돌면
당신의 벌초한 모습이
여전할 것 같은데.....
안양에서 명사십리 신지도 까지
이제는 누구랑 같이 가야지요?
이럴 줄 알고
당신은 나를 그렇게도 데리고 다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