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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


BY 박엄마 2004-09-22

산모퉁이 ********


안양에서 완도읍 신지도 까지

여름이면 숙제처럼

우린 피서랍시고

어느 산모퉁이를 돌아서

시아버님을 찾았지요.


그때의 당신 모습은

살아계신 아버님을 뵙는 듯 들떠있었고

힘든 낫질을 즐겨했지요.


뉘 집 황소인지

저만치 묶여있지만

끈이 길어 혹이라도 덮칠까봐


소꿉장난처럼 벌려놓은

된장찌개 잔치를

후다닥 먹어치웠잖아요.


추석이 가까우니

그때가 그리워

여느 산모퉁이를 볼 때마다

그 모퉁이만 돌면

당신의 벌초한 모습이

여전할 것 같은데.....


안양에서 명사십리 신지도 까지

이제는 누구랑 같이 가야지요?

이럴 줄 알고

당신은 나를 그렇게도 데리고 다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