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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BY 박엄마 2004-07-20
입동이 지나
엊그제까지 재촉하는
인정 없는 비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가는
문마저 달아난 썰렁한 집을 흠뻑 적시고
방황하는 낙엽들을 쓸어 모아 채운다.
허물어져가는 쓰라린 움막에 자꾸만 채운다.
이따금씩 이른 새벽이면
이름 모른 새 한 마리가 애끓는 노래로 채운다.
길이 달라
언어가 달라
모습이 달라도
서리 맞아 예쁜 모습 빨래 짜듯 흐트러져
겨울 오면 사라지는 야생화를 위하여.
무덤가에 핀 한송이 꽃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