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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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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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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경전


BY 蓮堂 2006-01-20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야심한 시간에 현관 벨이 울려서 홈오토를 통해서 보니 윗집 아주머니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마 자기 집 인줄 알고 벨을 잘못 눌렀다고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다음날 그 시간에 또 벨이 울렸다. 이번엔 아랫집(5층) 아주머니였다. 이틀을 번갈아 가면서 아래 윗 층에서  찾아온 걸 보니 무슨 일이 일어 난 게 분명했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싸늘했다.

“ 아주머니 도대체 이 시간에 무얼 하시는데 이렇게 시끄러워요?”

다짜고짜 앞 뒷말 다 베어 물고 공격형 본론을 쏟는데 영문을 모르고 한방 맞고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아니..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누가 뭘 어쩐다고요?”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게 되어 있다. 이사 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랫집과는 이렇다 할 내왕도 없이 살고 있는데 한밤중에 느닷없이 찾아 와서 죄인 다루듯이 침을 튀기며 삐죽이 열린 현관 문 사이로 고개를 집어넣는다. 마치 뭔가를 잡아 낼 듯한 시선으로 집안을 훑는 게 여엉 불쾌했다.

“시끄러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좀 조용히 해 주세요”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쳐다보다가 난 소리가 나도록 웃었다.

“참내..우리 집 이 아니예요. 그러잖아도 지금 우리도 그 얘기를 하고 있던 중인데요..”

그러면서 현관문을 활짝 열고 들여다보라고 했다. 말하자면 결백을 주장하는 제스쳐였다.

언제부터인지 밤 11시가 지나면 뉘집에서 시작된 소음인지 몰라도 돌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짓찧어대는 절구방아 같은 소리가 하루도 안 빠지고 들려 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잖게 지나쳤는데 횟수가 거듭될수록 신경에 거슬리고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해도 너무 한다는 원망은 벽을 맞대고 사는 옆집으로 돌아갔다. 목욕탕에서 들어보면 바로 옆에서 긁어대는 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랫집 남자가 층계에서 벼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마 우리 집이라고 단정 짓고 따지려던 게 틀림없다.  아래 윗집에서 똑 같이 우리집을 의심하고 있었다는게 불쾌 했지만 그럴수도 있으려니 하고 내색은 하지 않았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옷을 챙겨 입고 경비실로 갔더니 인터폰을 받고 있던 경비원도 항의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그 집(3층)은 또 윗층(4층)을 의심하면서 주의를 주라고 했다. 4층은 불이 꺼져 있는데 아닐거라고 면제를 해 주고 우리라인과 붙어있는 옆 라인을 가서 불이 켜져 있는 집은 다 훑었지만 아무도 아니라고 한다면서 빈손으로 돌아온 경비원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의심 갈만한 반경은 다 뒤져도 범인(?)은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허락없이 남의집에 들어가자니 주거침입 이라는 법적 책임도 물어야 했다. 모두가 오리발 내미는데 잡아 낼 재간이 없다.

공동주택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지만 울림이 커서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는 오리무중의 사건은 다음날로 이어졌다.

그 시간에 또다시 들려온 절구공이 드 놓는 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  한밤중에 울리는 그 소리는 낮보다도 더 크게 울리게 되어있다. 처음에는 피치 못할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하고 느긋하게 이해를 하고 참아주던 남편이 갑자기 목욕탕으로 가서 방망이로 벽을 부서져라 두들겼다. 말하자면 일종의 경고형 시위였다. 그러자 소리가 멈추었다. 아마 뭔가를 감지했던 것 같다.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자 남편은 의기양양하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하는 표정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또 다시 그 시간에 들려온 괴음으로 인해서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다. 무슨 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 무슨 조치인지는 몰라도 - 혼자 으름장을 놓았다.  그때 경비원이 찾아와서 열어준 문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아래층 여자처럼 집안을 훑었다. “혹시 절구공이 같은 거 안 쓰지요?” 안 쓸 거라는 결론을 이미 내라고 온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집안을 살피는 것 같았다.

“옆 라인에서 항의가 와서요. 아무래도 이쪽 라인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경비실로 내려갔더니 옆 라인과 우리라인의  여자들이 수북이 모여서 각각 무죄를 설명 하느라고 시끄러웠다.

“난요.....초저녁잠이 많아서 그 시간엔 자고 있었어요”

“우리 집엔 돌 같은 건 절대 없고요............저 그렇게 몰상식 하지 않아요”

“전요 장사하고 집에 오면 열두시가 넘어요”

"아마 정신 이상자가 사는게 아닐까요?"

“누군지 잡아내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을 거라요”

모두 손 사레를 치면서 알리바이 대면서 결백을 주장하는데 누군지도 모를 범인을 성토 하느라고 열두시가 넘은 시간에 열을 내고 있었다.
혹시라도 자기에게 의심의 불똥이 튀길새라 질새라 앞 다투어 하루종일 일어났던 일상을 나열하기에 바빴다. 은근히 맞장구 쳐 주기를 기대 하는가 하면 결백을 확인해 주기를 바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서른 집 가운데 범인이 있지만 모두 다 자기가 사는 옆집이나 아래위를 의심하면서도 딱히 부러지는 증거를 못 잡은 상태서 마음속에는 의문점만 가지고 흩어졌다.

집에 올라와서 남편에게 물었다. 또 소리가 들리냐고.........

안 들렸다는 소리가 막 끝나자마자 예의 그 절구공이 소리가 또 들려왔다.

 쿵......쾅...찌지직............직직...........

도대체 누구냐.
참말로 돌아 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