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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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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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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고 조여봐??


BY 蓮堂 2005-01-07

나는 비교적 초저녁 잠이 많은 편이었는데 내 일을 가진뒤부터는 생활 리듬에 변화가 생겼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서서히 몸에 배였었다.

 

결혼 초에 가장 힘들었던게 잠을 이기지 못해서 남편과 시어머님께 번번히 타박을 받은거였다.

'소 죽은 넋 마냥 무슨놈의 잠이 그리 많누?'

이런 타박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눈거풀이라는 사실을 꾸벅꾸벅 졸면서 스스로에게 답을 주었다.

'그래..이건 내가 잘못된게 아니고 사실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이야..'

 

온가족이 모여서 정담을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내 고개는 연신 아래로 꺾이면서 절구질을 했다.

하루종일 고단하기도 했겠지만 어릴때부터 몸에 배인 습관은 쉬이 바꿔지지 않았다.

나와는 180도 다른 잠습관을 가지고 있는 시댁 식구들은 새벽까지 놀고 아침 10시가 되어도 잠에 취해서 꿈적들을 하지 않는 야행성이었기 때문에 초저녁부터 끄덕 거리는 나를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기도 했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깬어난 나는 9시가 되기전에 아침밥상을 모두 봐 놓았지만 그 음식이 식어서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식구들에게서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새까맣게 속이 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초저녁잠  많은 사람은 부자될 팔자니까 함부로 나무라지 마라"

모자(母子)의 타박을 받고 있는 내가 안스러웠는지 시아버님께서는 번짓수도 모르는 덕담을 늘어 놓으시며 나를 감싸 주셨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자가 되지 않은걸 보니 시아버님은 거짓말장이셨다....)

 

시부모님이 살아 계실때 큰일이 있는 겨울철이면 우리 식구와 형제들은 항상 그 어른들과 한방에서 잤다

어른들방은 널찍했고 장작을 지펴서 방구들이 항상 지글거렸기에 외풍 센 다른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곤혹스러운건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귓전을 때리는게 있었으니 바로 TV 정규방송을 시작하는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었다.

그시간이면 아직 눈뜨기엔 택도 없이 이른 시간이었지만 며느리 된 입장에 시끄럽다는 소리를 할수가 없었다.

 

더 웃기는 사실은 초저녁에 일지감치 자 둔 내귀만 열려 있을뿐 새벽까지 놀다  잔 다른 식구들 - 시누이 시동생 등 -은 이 시끄러운 방송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으니 나만 곤혹스러웠다.

어슷눈을 뜨고 일어나 앉으면서 며느리 노릇은 해야 했다

"벌써 기침 하셨어요?"

TV소리에 잠이 깬 며느리에게 미안 하셨던지 시부모님은 변명을 하셨다

"잠을 깨웠구나..나이가 드니까 잠이 없어져서........."

멋적어 하시면서 도로 누우라고 이불깃을 끌어 당겨 주셨다.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지는지 그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그냥 편한 변명이라고 만 생각했다

 

요즘 할일이 적어진 나의 잠 습관은 여전히 바꿔지지 않고 자정이 되어도 눈은 말뚱거렸다.

뜨게질로 소일하고 보니 책하고 너무 거리를 둔것 같아서 책을 펼쳤지만 선명하게 눈에 차질 않는다.

헐렁하게 늘어진 생활을 조이는데는 그래도 독서 밖에 없다는 건 나의 오래된 고정관념 이었다.

전 세계를 휘어잡은 베스트셀러 Dan Brown(댄 브라운)의 'The Da Vinci Code(다 빈치 코드)'에 빠져있는 시간 만큼은 그나마 나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아침일찍 눈을 뜨고 보니 6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잠은 이미 멀찍이 달아나 버렸다.

아직도 어둠이 씻기지 않은 군청색 새벽은 차갑게 웅크리고 있었다.

두리번 거리며 할일을 찾다보니 전날 저녁때 빨아 널어놓은 딸아이의 이불 홋청이 눈에 들어왔다.

홋청을 뒤집어서 솜을 들이밀고 편편하게 편 뒤 밀릴것을 우려해서 귀퉁이 마다 시침질을 했다.

다음달이면 딸아이를 따라서 자취방으로 옮겨질 이불이라서 더 꼼꼼하게 바느질을 했다.

 

"자네 지금 머하는고?..이시간에...."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떤 남편이 거실로 나오면서 할로겐에 눈이 부신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잠이 안와서...애 이불 손질하고 있어요.."

"희안한 사람일세.....낮에는 멀 하고....."

가볍게 혀를 차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남편의 등에다가 한마디 꽂았다.

"나이 드니까. 잠이 없어지네......"

허옇게 눈 부라리는 남편을 보고 혀를 내밀었다.

오래전에 시부모님이 내게 들려주신 그 변명이 부메랑이 되었다.

 

불면증 증세는 아닌것 같은데 눈을 감으면 눈자위가 따가울때가 더러 있었다.

억지로 눈을 감으니 오히려 머리가 아파서 밤새도록 뒤척이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은 걸레 같았다.

너덜 거리고 휘청거려졌다.

 

아이들을 키울때 심하게 장난치고 놀고 난 날은 보채지도 않고 정신없이 잠에 떨어졌지만

그냥 방안에만 가두어 놓고 지낸날은 밤새도록 뒤척이고 보챘던게 생각났다.

 

운동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잠도 줄어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움직여 볼까.

그러면 잠에 취해서 이승과 저승을 들락 거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