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지나고 있었는데 비어있는 딸애의 방에서 인기척이 나는것 같았다.
이 시간이면 사람이 가장 곤하게 잠드는 시간이라서 도둑이 제일 즐겨찾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 집안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온몸에 털이 빳빳하게 곤두섰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뜻이 이럴때를 두고 하는 소리라는거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공포가 엄습했다.
또다시 뭔가가 부시럭 거리는 두번째 소리가 들려왔을때 난 혼이 반은 나간것 같았다.
얕은 숨소리와 기침소리까지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뭐가 들어 왔구나....나혼자 있는줄 알고......'(남편은 일주일간 연수 들어갔다)
그런데 무신 재주로 이 6층까지 침입할수 있었을까
난 오금이 달라붙어서 꼼짝을 할수 없었다.
'그래...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와들와들 떨리는 가슴을 누르고 벗어놓은 겉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양말까지..
도둑놈 한테 험한꼴 당하더라도 속옷차림으로 세인들에게 공개 되는게 더 무섭고 싫었다
이 긴박한 상황에도 이렇게 얄궂은 생각이 들자 약간은 용기가 생겼다.
'설마........뭔일이 있을라고....'
혼자 끔직한 시나리오는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간신히 일어나서 가만히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분명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 닫으면 자동으로 잠긴다
바깥으로 난 베란다 문도 남편이 집 비운날부터 철저히 손봐 두었는데 어디로 들어왔을까.
경비실로 연락을 취하려고 인터폰을 들다가 잠시 생각했다.
아니면 나만 망신 당하는데....
긴가민가로 의심하며 딸애의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거기......누구 있어요?'"
죽어 자빠지는 목소리로 간신히 안의 동정을 살필겸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다.
이 와중에 누군지 확인해서 뭘 어쩌게......
게다가 친절하게도 존댓말까지............
그런데 방문이 밀리지 않고 마치 누군가가 안에서 밀어내고 있는 듯해서 난 그대로 주저 앉았다.
"엄마야~~ 난 몰 라............."
난 제 정신이 아니게 소리를 지른것 같았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다.
'경비를 부르는건데....경비를.......'
이렇게 놀라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나의 짧은 입이 염려스러워서 밥 꼭 챙겨 먹으라고 번번이 부탁의 전화하는 남편이 생각났고
혼자 계셔도 괜찮냐고 걱정하던 딸애도 생각났다.
의정부 K2 에서 3주간 후반기 교육받는 아들녀석도 눈앞에 아련거렸다
난 엉금엉금 기어서 인터폰을 들다가 순간 깜짝 싶은 생각이 뒤통수를 쳤다.
'혹시?...........'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난 벌떡 일어나서 겁도없이 딸애의 방문을 확 열어 젖히고 불을 켰다.
세상에.........
미치겠다.............우쒸~~~~
낮에 화장품과 속옷을 반액 세일 한다고 해서 한보따리 사다가 피아노 뚜껑 위에 얹어 놓았는데 이 피아노 뚜껑이 반듯하지 않고 비슷하게 경사가 나있는 상태라는걸 생각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얌전하게 얹혀 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가 앞으로 쏠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것이었다
쇼핑백 두개가 도미노 현상을 어기지않고 자연의 법칙에 따르다 보니 곤두박질 친거였다
백에서 튀어나온 얇은 속옷 박스가 문틈에 끼어서 문을 가로 막고 있었고......
어이가 없어서 발끝에 채이는 쇼핑백을 구석으로 쳐박았다.
살다보니 별게 다 사람 시험 하려드네........
휴.......
이젠 잠도 천리만리 달아나 버리고 떨리는 가슴 진정시키면서 자판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