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문턱에 발을 올려놓자 가슴에 돌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9월....9월........ 이 9월이 영원히 오지 말았으면 하고 작년 이맘때 부터 빌었다.
제발 8월말에서 머물든지 아니면 8월달만 연속으로 이어지든지... 에미 맘으로는 9월달이 안올줄 알았다.
아들녀석이 열이레후(20일)면 입대한다. 논산 훈련소에서 6주 훈련을 받고 바로 카투사로 배치된다.
남들은 그런다. 모두들 선망하는 부대로 가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냐고..... 에미맘은 어디에 배치되던 군대는 군대지 그곳이 유토피아는 아니잖냐고 반문했다.
천성이 여려 터지고 만사에 물렁한 녀석, 피동적인 자세를 항상 타박하던 에미에게 하얀 덧니 보이며 말없이 웃어주던 녀석, 껑충하게 큰 키를 구부리며 에미볼에 '뽀뽀' 세례를 퍼 붓던 녀석. 군대가서 '뒈지게' 고생 좀 하라는 덕담(?)에 '팥쥐 엄마'냐고 능청을 떨던 그 녀석 ...
여행하는 기분으로 휭하니 다녀 올테니 제발 따라 오시지 말라고 벌써부터 테클을 건다. 논산가서 울고 불고 할 에미의 스타일을 일찌감치 낚아 쥐고는 못을 박는다. 9월달 달력을 들여다 보는 돌같은 남편의 눈에도 물기가 번진다.
'이녀석아, 무슨 여행을 2년동안이나 하냐?...... 너는 여행가는 기분으로 떠나가지만 난 너를 여행 보내는 기분이 아니니 어쩌란 말이냐....'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에 태어난게 죄라면 죄다. 내가 결혼 하기전에는 '다음에 내아들이 태어 난다면 그때는 아마 군대는 안갈거다........'라고 했는데.... 국민의 4대 의무는 50년이 지나도 변할수가 없나보다.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으로 떨어졌을때 난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라에서 인정하는 '정상적인 대한남아'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부름에 응할려니까 왜 이렇게 화가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지독한 아이러니라고 해도 좋다.
고생하라고 덕담 던진게 차츰 후회가 된다. 오죽하면 친에미 입에서 계모같은 소리를 뱉냐고 스스로에게 변명도 해 봤다.
제발, 몸성히 입대할때의 그몸으로 다시 에미앞에 서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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