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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인질?


BY 蓮堂 2004-07-20

 

 

   
  작가 :그린미

볼모나 인질 이라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이 표현 외에는
적당한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들 녀석이 볼모(?)로 가 있는 애들 큰고모에게 난 항상 약자(?)의 자리에서 전전긍긍 해야 했다.

 기숙사에서 대학 일년을 마친 아들 녀석이 보따리를 챙겨들고
다짜고짜 지 고모집으로 쳐들어가더니 방 하나 떠억 차지하고 짐을 풀었다.

 사람좋은 지 고모 내외는 웃으면서 받아 주었지만 우리 내외는 영 풋감 씹은 기분이다.
옛말에도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랬는데
혹시라도 아들 녀석으로 인해서 생길수 있는 불협화음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남의식구 - 그것이 비록 피붙이라도 - 건사 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아무리 잘해도 뒷 흉은 남을수 있는게 남과의 동침이다.

 흔히들 그런다.
시동생 집에는 못 보내도 시누이 집에는 보낼수 있고
남동생 집에는 못 보내도 여동생 집에는 보내도 심적 부담이 덜 하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들 가족 형태에 짐작이 가는 얘기들이다.

 아들녀석은 잘먹고 잘살고 있다지만
그 뒷치닥거리에 항상 마음 쓰고 있는 에미 심정 알턱이 없다.
공연히 쫄아들고, 왠지 미안하고, 자꾸만 면목없고......

 하숙비조로 매달 주고 있는 생활비도 넉넉치 않을것 같아서
고추, 마늘, 된장 고추장에다가 서울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쉽지 않은 시골 냄새나는 야채
거기다가 이곳 특산물 쇠고기 돼지고기를 에누리 없이 조달해야 했다.

 "아줌마.. 당신 아들이 남의 살 먹고 싶다네...."
그리곤 까르륵 넘어가는 시늉을 한다.
밉지 않은 은근한 협박이다.

 어쩌다가 만나면 조카녀석 주머니도 채워 주어야 맘이 편했고
왕복차표 끊어줘도 뭔가를 덜해 준것 같고..........

 아들녀석의 비리(?)를 낱낱이 까발릴때면 땅을 파서 기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밤늦게 다닌다는둥,
공부는 안하고 컴만 붙들고 앉았다는둥,
방청소도 안하고 어지럽히기만 한다는둥,
연락도 안하고 외박 한다는둥..둥..둥.......
물론 안봐도 뻔하게 꿰고 있는 아들녀석의 일거수 일투족이지만 듣기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게 비록 걱정스럽고 염려스러워서 하는 소리인줄은 알지만...

 그래서 만날때마다 내 잔소리는 더 늘어날수 밖엔 없다.
방좀 치우고 다녀라....
밤늦게 다닐때는 연락좀 하고 다녀라....
니 운동화는 니가 좀 빨아 신어라......
바쁜 고모 너무 애 먹이지 말아라.......

 눈치라고는 개미 뭐 만큼도 없는 아들녀석은 그럴때마다 볼이 퉁퉁 붓는다.
잘하고 있는데 엄마는 왜 그러느냐는 식이다.

 군입대를 두달 앞둔 아들녀석의 겨울옷을 챙겨 오는데 지 고모는 맘이 안 편한 모양이다.
이 겨울옷을 다시 내손으로 입힐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맘이 아린 모양이다.
군 입대를 하면 나보다도 더 맘이 허전할거 같은 건 일년반을 데리고 있었던  지 고모의 속깊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들 녀석이 가끔씩 집에 내려 올때면 습관적으로 입고있는 아이의 옷을 눈여겨 보게 되는데 종이 조각처럼 구겨진 셔츠에 맘이 쓰인다
내가 데리고 있을때는 구겨지거나 더러운 옷 한번 안 입혀 보았는데
집 떠나 있으니까 뭔가가 한구석은 접고 살아야 하는 걸 인정해야 했다.

 바깥활동 하느라고 바쁜 지 고모가 데리고 있는것만해도 엎어져서 머리 박아야 되지만
에미된 심정으로는 왠지 또다른 욕심을 내 보여야 했다.

 아들녀석이 입대하고 나면 심적인 부담은 덜수 있지만
아들로 인해서 신세진 맘은 오래도록 벗겨지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