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성격이 정반대다. 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친구장례식에도 안가는데 남편은 전혀 무관하게 활발히 살고 있다.
대학동창산악회 대장인 남편은 이 와중에 시산제를 지낸다고 장문의 축문을 써서 내게 대필해 달란다.
말려서 될일도 아니었으므로 일단 대필은 해주고 뭐 먹을 때 말이라도 좀 줄이라고 해서 보냈는데 저녁에 술에 많이 취해서 돌아왔다.
나는 그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잠 잘 때도 벗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해서 직원과 점심식사도 했다고 했다.
검사나 받지 그랬냐니까 순순히 검사받으러는 갔다.
전에는 검사결과가 당일에 나오기도 했는데 다음날 출근 때까지 연락을 못받고 일단 출근을 했다.
열시가 좀 넘은 시각에 남편이 확진판정 받았다고 전화를 해왔다.
회사에서 집까지 코로나19 택시를 타면 좋으련만 언제올지 모른다고 걸어오겠단다.
두시간도 넘게 걸려 집으로 왔다.
병원에 출근한 아들한테 연락을 했다.
아들은 오전근무를 끝내고 다른 간호사로 대체하고 검사받으러 갔다.
가족확진이라 바로 검사가 되는데 음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오랜시간 기다려서 예비검사를 받고 PCR검사까지 받고 오느라 네시가 넘어서야 집에 왔다.
속이 상해서 점심도 안먹었다는 애에게 돈가스를 구워주니 그나마 그건 먹는다.
점심 먹은 남편도 간식으로 돈가스를 줬다.
아들과 나는 누가 양성 나올지 모르므로 마스크를 쓰고 화장실도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잘 때도 마스크를 쓴 채 잤다.
아침 7시경에 아들이 음성통보를 받았다.
일단 병원근무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동생이 얻어놓은 원룸에 가서 지내기로 했다.
8시경 나도 음성판정을 받았는데 아들이 집은 위험하니 둘다 원룸으로 가자고 해서 남편을 버리고 우리는 탈출했다.
집에 식재료가 많으니 남편더러 해먹으라고 했다.
나는 스팸 몇개와 라면 네개, 겉절이재료를 챙겨서 나왔다.
원룸에 오니 동생 아들이 이따금 생활하는 곳이라 없는 것 투성이었다.
일단 썰어서 절여놓기만 한 배추를 봉지채로 씻어 물기를 빼고 따로 챙겨온 양념을 넣어 봉지에서 버무렸다.
스팸을 구워 늦은 아침식사를 했는데 익은김치 좋아하는 아들이 군말않고 한그릇 비웠다.
동생이 전화를 해서 필요할만한 것 다 챙겨다 준다고 했다.
식사후 근처 편의점에서 식빵과 군것질거리를 샀다.
아들은 직장까지 한시간이 걸려서 다섯시 사십분에 출발해야 한다.
해제될 때까지 매우 불편한 생활을 하겠지만 이만하기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쨋든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