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5월 4일
도라지:300원
콩나물:100원
전화요금:200원
목욕비:650원(현재 4000원)
*1988년 5월 4일
짜장면:1000원(현재:3500)
병원비:2000원
신문대금:3500원
*1995년 5월 4일
학원비:37000원 (현재:70000원)
신문대금:6000원(현재:10000) 머리커트 4000원(현재:10000원)
돼지고기 반근: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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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된지 올해로 꼭 22년째다.
그날부터 일기를 겸해서 하루도 걸르지 않고 써온 가계부의 일부를 옮겨왔다.
물가의 변동을 한눈에 알수 있어서 좋고
묻혀버린것 같은 과거의 흔적을 들여다 볼수 있어서 때론 감회에 젖어 보기도 한다.
문득,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난다.
이 영화의 첫 전개가
메릴 스트립의 장성한 아이들이 어머니의 유품 일기장에서 클린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사흘간의 가슴찡한 불륜의 러브 스토리.....
이 영화는 분명 불륜을 다룬 영화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여성 팬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니 아니러니가 아닐수 없다
닫혀 있기만 했던 그녀의 가슴을 열어준 사람,
그래서 이 영화는 불륜으로 다루기 보다는 숱한 여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시켜 주었다는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가계부 얘기에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난 가끔 아이들에게 유언(?)을 한다
내가 죽으면 내 가계부를 내 몸과 같이 묻어 달라고....
나와 같이 살아온 나의 흔적이기에 남겨놓고 싶지가 않았다.
누가 들쳐본들 부끄러울거야 뭐가 있으랴만은
내 감정,내 움직임,그리고 때론 불사르고 싶었던 나의 흔적들이기에
고스란히 데리고 가고 싶은거다......아무도 보지말고....
내 아이들이 보았을때
과연 공감하고 이해 해 줄수 있는 부분들이 얼마나 될까
부끄럽거나 두려워서가 아닌
엄마의 자리가,
엄마가 머물다 간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아이들이 알고 있는 만큼의 범주를 벗어나고 싶지 않기에
난 내 일기장이 공개 되는것 바라지 않는다.
그 영화처럼 묻어두고 싶은 가슴찡한 사랑이 찾아온다면
나도 과감히 내 흔적에다가 옮겨 놓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난 매혹적인 메릴 스트립도 아니고,
찾아올 사진작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없다
다만 음악이 좋아서,
Beatles의 ' Let it be'가 좋아서
밤새도록 이어폰 꽂고 자다가 귀앓이해서 남편에게 핀잔듣고
책이좋고 , 글이 좋아서
크리스티앙 자크의 'Ramses'에 빠져서
저녁시간 놓쳐 짜짱면 시켜먹는 ....그런 ...
조금은 멍청한 조선의 평범한 아낙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