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이러지?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자꾸만 속이 메스껍다.
영양실조인가??
악성 빈혈 같기도 하고.....뇌에 이상이 있나??
(절대루 입덧은 아닐것이고...ㅎㅎㅎㅎㅎ)
식은땀이 나면서 몸 전체가 물먹은 솜같이 무겁기가 된장 보따리 보다 더 하다.
낮에 먹은 음식이 잘못 된것 같기도 한데...
짧은 입에 이것 저것 주전버리는 안하는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아무리 짚어봐도 용의선상에 오르는 메뉴가 없다.
맛있는거 사준다는 남편을 따라서 버섯 전골 집으로 갔지만
차마 컨디션 안 좋다는 소리로 분위기 깨기는 싫었다.
맛도 음미하지 못한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대충 목으로 넘기니까
하이고........
금방 넘어간게 다시 기어 올라 오르려고 한다.
목구멍으로 넘어간건 절대로 그 코스로 다시 넘어오면 안되는 게 내가 알고 있는 건강상식이다
다른 길이 있다는것두 알지....
방안에 누워 있으려니까
천정이 뒤집히고 가재도구가 날라 다닌다.
방바닥이 들먹거리고 몸이 물위를 둥둥 떠 다닌다.
남편 얼굴이 구겨 졌다가 펴 졌다가 종이짝 같이 보였다.
해삼처럼 퍼져 누워있는 마누라 혹시나 잘못 될까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남편을 보니
그 와중에서도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데 증세가 이거 장난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응급실에 실려 갈지도 모른다는 위급한 생각이 들자 그대로 누워 있을수가 없었다.
억지루 일어나서 세수하고 속옷을 다 갈아 입었다.
의사나 간호사가 보면 '더러운 여자'라고 할것 같아서.....
양치질을 하는데...
비싼 버섯 전골을 넘어 갔던 코스로 그대로 쏟아내고 말았다.
(두번은 못할 일이더구먼)
하늘이 질그릇 깨지는 소리를 내면서 천지를 박살내듯 으르릉 거렸다.
요란한 빗소리에 눈을 뜨니 천정이 제자리에 붙어 있는게 보였다.
TV도...화장대도...컴퓨터도...
누워있는 자리도 물위가 아니었고,몸도 가벼워 졌다.
밤새 걱정하던 남편도 제 모습이었다.
"이제 괜찬은가?"
반가운 맘으로 쳐다보는 남편에게 문득 시비를 걸고 싶어졌다.
"당신에게 제일루 미안 하구먼요"
"이사람아 미안하긴.....걱정하는게 당연하지...."
부부지간에 그 무슨 당치 않은 소리냐고....
"그게 아니고..........살아나서 미안 하다구요......"
"뭐??"
"새 장가 갈 절호의 기회 였는데....아깝쥬??"
이 예편네를 그냥......
"체한거 같자?"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낮에 뭘 먹었는데?"
"라면...같어..."
"그럼,... 제발 라면 한번 만 더 묵어 주라"
머????............